월드컵보다 위대한 전설, 메시로 시작해 메시로 끝났다[현장 결산①]

정다워 2022. 12.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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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메시"였다.

심지어 메시와 이름이 같은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조차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시 우승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뜬금 없이 길거리에서 메시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군중이 하나 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그보다 중요한 월드컵 트로피와 골든볼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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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그 자체가 되어버린 리오넬 메시.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어딜 가나 “메시”였다.

스포츠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종목 불문 진리처럼 통하는 격언인데 이번 대회의 아르헨티나를 보면 꼭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리오넬 메시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였다. 모든 선수가 메시를 위해 뛰었다. 조국이나 자신, 혹은 팀을 위한 게 아니라 메시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각자의 팀에서는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선수들이지만 메시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메시와 이름이 같은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조차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시 우승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메시는 팀을 넘어 월드컵까지 초월하는 존재였다. 마치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적어도 2022 카타르월드컵만큼은 메시를 위한 대회인 것처럼 흘러갔다. 월드컵을 취재하며 35일간 도하에 머무는 동안 가장 쉽게,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옷이 아르헨티나 홈 유니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이다. 정품이 아니라고 해도 ‘MESSI’의 알파벳 다섯 글자가 담긴 옷을 어딜 가나 목격할 수 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은 물론이고 쇼핑몰이나 식당, 바닷가 근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뜬금 없이 길거리에서 메시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군중이 하나 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굳이 아르헨티나 국민이 아니더라도 메시를 응원하는 축구팬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종이나 국적, 성별, 나이를 초월해 이들은 메시로 하나가 됐다.

경기장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토너먼트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매번 홈 경기 분위기를 누렸다. 멕시코전을 제외하면 관중의 비율이 비슷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결승전조차 그랬다. 프랑스의 관중은 1만명이 될까 말까였고, 나머지는 전부 아르헨티나의 하늘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카타르월드컵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AP연합뉴스
사실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불안감이 감돌았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첫 경기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경기 후 한 관중이 “메시는 어디 있죠?”라며 조롱하듯 인터뷰를 한 게 화제를 끌었다. 이 장면은 크게 이슈가 되어 다른 나라 팬도 ‘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후 메시는 각성한 듯 팀을 제대로 이끌기 시작했다. 오프더볼 움직임은 많지 않지만 공을 잡은 메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매 경기 위협적인 플레이로 자신이 왜 레전드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마침 메시의 라이벌이 될 만한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브라질의 네이마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8강에서 레이스를 마감했다. 메시의 대관식을 위한 판이 깔리는 분위기였다.

결승전 서사도 드라마틱했다. 메시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세계 최고가 될 사나이,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의 이번 대회 최강의 ‘악당’으로 등장했다.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지지하는 절대다수의 관중은 음바페에게 격한 야유를 보냈다. 음바페는 향한 야유의 데시벨과 경계, 혹은 두려워하는 마음은 비례했을 것이다. 실제로 음바페는 메시 앞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골든 부트를 가져갔다. 끝판왕 악당답게 집요하고 강력했다. 하지만 메시는 그보다 중요한 월드컵 트로피와 골든볼을 챙겼다.

그렇게 이번 대회는 트로피에 키스하는 메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메시로 시작해 메시로 끝난 ‘메시 월드컵’이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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