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조승예 기자 2022. 12. 2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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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아듀! 임인년… 위기에도 빛난 K-산업]⑧양극화 심화 수혜… 올해 소매판매액 37조원 돌파 전망

[편집자주]임인년(壬寅年)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여파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자원부국들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이자 우방국인 한국의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책을 강화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각종 악재가 몰아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각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K-산업'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올해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우려 속에 백화점은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② 소비 둔화에 침체된 가전업계… 삼성·LG, '프리미엄'으로 선방
③ 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④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변곡점 선 한국 배터리
⑤ 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⑥ '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⑦ 13년 만에 중동에 'K-건설' 깃발 꽂을까
⑧ "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⑨ 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⑩ K-금융, 사상 최대 실적 업고 디지털금융 '슈퍼앱' 키운다
⑪ 'K-핀테크' 15조 혁신성장펀드 도입… '미래금융' 날개단다
올해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우려 속에 백화점은 '불황에 강한 채널'이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치관에 따라 양극화 소비를 하는 '앰비슈머'(ambivalent·양면성+consumer·소비자)가 장기적인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고가의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소비 둔화 사이클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백화점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3분기 누적 매출 1위… 영업익은 신세계가 1위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전경./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46% 증가한 2조3418억원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조81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92%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은 9.23% 늘어난 1조694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을 앞섰다.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519억원으로 롯데백화점(3213억원) 현대백화점(2854억원)을 웃돌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812억원에서 94% 넘게 증가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47%와 42% 증가하며 호실적을 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백화점의 점포당 매출 증감률은 8.0%로 편의점(2.7%) SSM(2.7%) 대형마트(1.0%) 등 전체 오프라인 유통 업태 중 가장 높았다. 이 기간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했다. 여성캐주얼이 19.0% 늘어났고 아동스포츠와 해외유명브랜드가 각각 16.6%와 8.1% 증가하는 등 가정용품(-11.1%)을 제외한 전 품목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 전경./사진=신세계백화점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보복소비 현상이 이어지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입점한 국내 백화점 점포 7곳의 지난해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27.3%를 기록했다. 에루샤가 입점하지 않은 63개 점포의 성장률(17.8%)과 비교하면 9.5%포인트(p) 상회하는 수치다.

에루샤 입점 점포가 4곳(본점·센텀시티·강남·대구)으로 가장 많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년동기대비 29%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롯데백화점(1곳)은 13%, 현대백화점(1곳)은 25%의 성장률을 보였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국내 시내 면세점 단계적 철수 행보 및 고환율 기조로 당분간 백화점은 명품 주 소비처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명품 매출 성장세 지속과 더불어 마진율이 유리한 비 명품 매출을 증대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백화점 매출은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소매판매액, 대형마트 제치고 5위… 실적 전망은?


백화점 3사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이.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내년부터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통업계 내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백화점은 소비 둔화 우려에도 양극화 심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의 올해 소매판매 규모는 대형마트(29조35억원)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의 10월 누적 기준 소매판매액은 31조345억원으로 집계됐다. 1위는 전문소매점(111조9948억원)이 차지했고 승용차 및 연료 소매(107조5369억원) 무점포소매(97조4274억원) 슈퍼마켓 및 잡화점(38조386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편의점(26조187억원)과 면세점(15조223억원)은 하위권을 유지했다.

교보증권은 올해 백화점 소매판매액이 37조9490억원으로 지난해(33조6901억원)보다 12.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부터 8년여간 29조~30조원에 머물러있던 백화점 규모가 확대된 결과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의 구조적 변화는 온라인에 대체되지 않았고 대형화된 우량점포를 통해 의복과 명품을 파는 업태로 자리잡았다"며 "향후 백화점은 소매판매액 내 7% 수준을 점유하면서 저성장 및 시장점유율(M/S)을 재편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현대서울 건물 전경./사진=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의 경우 경쟁사 대비 회복이 느렸던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기저효과가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롯데백화점의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능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2분기로 회복이 다소 느린 편이었다"며 "최근 회복은 초입 단계라 볼 수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적어도 기저효과가 유효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은 대전 아울렛 영업 중단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0.2% 증가한 115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대전 아울렛 영업 중단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10~11월 모두 견고한 신장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대전 아울렛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영업 재개는 내년 상반기 전후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비중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명품이 집객과 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전망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년 경기위축 우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해외여행으로 소비 이동 가능성 등은 백화점 실적의 부담 요인이지만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최대 하이엔드 쇼핑 백화점 업체로 상대적으로 둔화 폭은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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