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한국 MZ세대, 세계경제 4强도 가능...향후 5~10년이 고비” [송의달 LIVE]
①한국에 절실한 ‘또 한 번의 S커브’
②리더십 혁신과 ‘정치의 경제化’
③上向 필요한 리더들의 생각·안목
2023년 한국 경제는 험로(險路)가 예상됩니다. 세계 경제 여건도 빠른 시일에 호전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세계 10위권에 올라선 한국 경제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 큰 숙제입니다. 어려울 때에 튼튼한 체질(體質)로 새롭게 다져놓고 대비하면 다음번에 더 크게 더 멀리 도약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는 최근 글로벌 전략컨설팅기업인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송승헌(52) 한국사무소 대표를 만났습니다.
경기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KAIS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송 대표는 세계 최고 이공계 대학인 미국 MIT에서 25세에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6년부터 6년간 군 복무를 겸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반도체와 나노(nano) 공정 연구자로 일한 뒤 맥킨지에 입사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송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최근 30여년은 직전 30년 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세계화의 전성기였다. 이 30년 동안 한국은 세계화의 수혜자였다. 품질좋고 빠르게 생산·공급하는 제조업 중심 수출 지향 경제로 성공 했고 여기서 근면성실(勤勉誠實) DNA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근면성실한 공정관리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화학, 건설, 자동차 등에서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이제는 이런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했습니다. 다음은 송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지각 변동하는 글로벌·한국 경제
- 어떤 이유에서인가?
“미국,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인도 등이 독자 노선을 걷는 등 반(反)세계화 흐름이 선명하다. 낮은 이자율 시대가 끝나고 이자율이 높은 시대가 되고 있다.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 기경학(技經學·technoeconomics)적 갈등이 커지는 등 글로벌 거시(巨視) 경제 기조가 바뀌고 있다.”
-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존 성장 모델을 잘 유지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또 한번의 ‘성장 S커브’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 여건이 굉장히 불확실하지만 다시 돌파(break-through)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힘들거나 위기라고는 보지 않는다.”
- 또 한 번의 ‘S커브’라면?
“비유하자면 여태 오른손잡이로 있었지만 지금부터 양손잡이가 되자는 것이다. 오른손 쓰던 걸 왼손으로 완전히 넘기는 게 아니고 오른손은 오른손대로 잘 하면서 왼손도 쓰자는 것이다.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은 계속 잘 하면서 새로운 분야도 잘 하자는 얘기이다.”
- 업종으로 얘기한다면?
“제조업 대비 서비스 산업, 또는 IT·반도체·배터리처럼 딱딱한 제조업 대비 소프트한 바이오·헬스케어·의료 같은 쪽이다. 경영 기법이나 리더십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지금 성공 공식과 방식에 안주(安住)해선 안 된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 현안 대응과 해결을 넘어 서비스산업 육성 같은 이슈는 5년 내내 의지를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양손잡이로 체질(體質) 전환이 만만찮을텐데.
“세 가지가 필수적이다. 개인에 대한 교육 개혁, 기업 지배구조 혁신, 정치와 경제경영의 분리 이다. 마지막부터 얘기하자면 한국에선 정치 어젠다에 의해 경제경영이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 어젠다가 경제경영에 부담을 주고 옥죄어온 행태를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정치가 기업과 경제 효율을 중시하는, 정치의 경제화(化)가 필요하다.”
- 왜 기업 지배구조 혁신을 해야 하나?
“한국 대다수 기업들은 오너 경영과 CEO 경영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너들은 3~4세로 승계와 경영권 유지 고민을 하느라 기업을 한 두 단계 더 성장시키는 본질적인 현안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6~7년간 대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정체돼 있다.”
그는 “오너는 오너 대로 창업 1~2세대처럼 사업에 전념해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을 상실했고, CEO는 자리보전이 주 관심인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 누가 어떻게 풀어야할까?
“기업이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든지, 기존 재벌 방식과는 다른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경영진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 ‘개인’에 대한 교육 개혁은 무엇인가?
“단순 지식 전수(傳受)를 넘어 리더십을 키우는 교육으로 진화하자는 것이다. 지식은 일용품(commodity)이 됐다. 초등학생들도 네이버나 구글에서 ‘반도체 산업’을 검색하면 반도체의 특성과 원리, 세계적 판도 같은 모든 지식을 얻는다. 지식 보유만으로는 가치가 없다.”
◇“단순 지식 보다 리더십 기르는 교육해야”
송 대표는 “그것보다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아우르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 발전시키는 것, 나만의 독보적인 관점을 가지는 능력은 ‘생각 리더십’이다. 팀워크, 다른 사람들을 잘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협상 기술,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능력은 ‘사람 리더십’이다. 최고를 위한 집요함, 끈질김, 완성도 높은 걸 추구하는 정신은 ‘노력 리더십’이다. 리더십의 모습은 이처럼 다양한데, 한국 기업과 사회에 고급 리더십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는 “이런 리더십은 교과 과목만으로 기를 수 없다. 초중고에서 영어, 수학, 국어, 물리 등을 가르치돼 리더십 교육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 한국인의 DNA인 근면·성실은 버려야 하나?
“그렇지 않다. 근면성실과 상명하복은 한국인의 특질로 사명감, 소속감, 애사심, 애국심으로 구현되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正門)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에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고 적혀 있다.”
그는 “공장에서 우리끼리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 데만 만족할 게 아니라 더 리더십 있고, 더 잘 소통하고, 더 협력적이고 탄력적인 조직이 돼야 한다”며 “지금 한국 기업에는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유연함(flexibility) 충만한 개인의 창의적 역량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인들은 창의성 보다는 정해진 목표 달성에 뛰어난 편인데.
“반드시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 중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인구가 가장 적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러시아 조차 1억 4000만명이 넘는다. 내수 시장이 좁은 우리는 수출 위주 성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다른 축(軸)을 만들어야 한다.”
- 세계적으로 ‘불확실성(uncertainty)’이 더 짙어지고 있다.
“그렇다. 최근 2~3년 사이에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났지만 확률적, 통계적으로 보면 각종 자연재해와 국지전, 지역적 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같은 충격의 빈도와 주기가 빠르고 잦아지고 있다.”
송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에서 코로나 이후(After Corona)가 뉴 노멀’이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불확실성이 일상화되는 게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봐야 한다. 여러 불확실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였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도체 공급망 해체도 마찬가지다.”
◇“전략적 결정 내리는 CEO 역할 더 중요해져”
- 이런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면?
“거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위기 발생 빈도가 잦아질수록 최고경영자(CEO)가 할 일이 많아지고 역할도 커진다. 평온한 기업 환경에선 원가(原價)를 어떻게 1%, 2%, 3% 더 아낄까, 생산성을 어떻게 1~2% 더 올릴까, 1000만 화소이던 휴대전화 화질을 2000만, 3000만 화소로 올릴까 같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하는 점진적 혁신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시대에는 다르다.”
그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예컨대 사전 예고 없이 미국 정부의 정책 발표로 중국산 재료 수입을 앞으로 못하게 되거나 주요 공급국가에서지진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기존의 모든 업무 흐름이 파괴되는 상황에서는 최종 조율자이자 종합적인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CEO의 역할과 판단이 결정적이다. 그가 종합적, 전략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할 것인가, 중국산 재료 소싱을 중단할 것인가, 배터리 원재료 수급을 위해 칠레 광산에 투자할까 같은 담대하고 많은 리스크를 짊어지는 결정을 CEO가 많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적 측면과 원가, 고객 관리, 대외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 뛰어난(excellent) CEO의 중요성이 재평가되고 있다.”
- CEO는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나?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잘 하려면 CEO는 일상적인 일을 줄이고 나 만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럴려면 조직내 기능부문별 최고책임자에게 역할을 맡기고 단단한 팀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CEO는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담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CEO는 CEO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 한국 CEO들을 평가한다면?
“한국 CEO들은 CEO가 아니고 COO에 가깝다. 원가 관리와 마케팅과 인사·연구개발 등에서 문제가 안 생기도록 관리·운영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CEO 본연의 역할인 어렵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오너 또는 그 직속 대리인 참모(參謀)들이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어 말했습니다.
“CEO가 잘못하면 당장 연말 인사에서 교체되는데, 문제는 잘 해도 별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서구 기업에서는 적자(赤字) 기업을 흑자로 전환하면 많은 이익을 못 내더라도 해당 CEO에게 큰 규모의 보너스를 준다. 한국 CEO에게는 그런 유인 요인이 없다. 그러니 CEO들도 공무원처럼 자리 보전에 연연한다.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할래야 할 수도 없다.”
- 한국에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있는가?
“대기업 순위 상위권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기업은 아니다. 수출 위주 기업인데다 모든 혁신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모든 기능 부문별 최고 리더들은 죄다 한국인이다. 해외 거점들은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 혹은 영업 기지인 경우가 많다”
- 진정한 글로벌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다양한 국적의 글로벌 인재들로 구성돼 있고, 기능·지역별 리더가 자율성과 권한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한 예로 다케다라는 회사는 이름을 보면 일본 회사 같은데, 본사가 어디 있는지, 혹시 미국이나 유럽 기업 아닌가 헷갈릴 정도가 돼야 한다.”
- 100% 한국인이 100% 한국에 근무하면서 글로벌 기업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나?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그 회사가 또 한 번 점프하려면 글로벌화를 해야 한다. 약간의 비효율과 불편함을 딛고 변신한다면 더 고도화한 기업이 될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글로벌 문화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고 기업의 톱에서부터 기대치를 명확하게 정하고 전사적 공감대를 갖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인에 내재된 우수한 자질이 큰 축복”
-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5년 12월 보고서에서 ‘205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만1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평가한다면?
“냉정하게 본다면 한국이 인구 대국(大國)인 인도·중국·미국을 앞서기는 어렵고 세계 4등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혁신의 비중이나, 세계를 상대로 한 인플루엔싱(influencing·영향력), 외국에서 투자와 운영까지 다 합치면 한국의 힘은 더 커질 수 있다.”
- 언제쯤까지 가능할까?
“우리 앞에 있는 세계 경제 7강(强)인 일본, 영국, 독일 등은 우리의 2~3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10년 이내에는 어려워도 2040년쯤에선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MZ세대는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 4강(强)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대한민국에 축복인 것은 한국인에 내재된 자질(intrinsic quality)이 매우 우수하고 크다는 점이다. 우리는 에너지나 천연자원도 없고 땅도 좁고 금융자원도 충분치 못하다. 그러나 인적(人的) 자원이라는 무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성 세대가 큰 틀에서 방향을 잘 잡아주고 합심하여 우리나라 MZ세대의 역량이 만개(滿開)토록 도와주는 게 한국의 앞날을 위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송 대표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한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고 최대 고비이다. 우리는 지금 제조업 일변도에서 서비스업과의 병행으로, 수출·생산 위주 기업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 경영학이나 컨설팅과 무관한 삶을 살다가 경영 컨설턴트가 됐는데.
“전공도, 배경도 묻지 않는다는 ‘Why limit yourself?(왜 스스로 제약을 두나)’라는 채용 문구를 접하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지금도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물리학일 수 있어도 컨설팅은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어느 정도 경력이 되면 사람과 일[事], 시간에 대한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다. 하고 싶은 시간과 일, 동료를 자유롭게 선택해 몰입하는 게 강점이다. 커다란 조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때 느끼는 자부심도 큰 매력이다.
그는 “보고서나 PPT를 통한 조언이나 권고를 넘어 요즘은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함께 하며 기업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임팩트(impact) 컨설팅에 주력한다. 1~2년 계약을 맺어 적자 기업을 흑자로 바꾸고 흑자 금액의 몇 십%를 성과급으로 받는 방식이다. 컨설턴트들이 자기 일처럼 절박하게 생각하며 일해 효과가 좋다”고 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우리가 세계 30위나 50위권 경제 국가라면 열심히 일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세계 10위 언저리에 있는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을 상대해야 한다. 이 나라들과 대등하거나 앞서려면, 사람들 특히 리더들의 생각과 안목(眼目)이 높은 수준으로 상향(上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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