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김노향 기자 2022. 12. 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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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아듀! 임인년… 위기에도 빛난 K-산업] ⑥ 핀테크 한류 잇는 프롭테크 될까

[편집자주]임인년(壬寅年)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여파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자원부국들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이자 우방국인 한국의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책을 강화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각종 악재가 몰아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각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K-산업'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기술 혁신을 통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② 소비 둔화에 침체된 가전업계… 삼성·LG, '프리미엄'으로 선방
③ 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④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변곡점 선 한국 배터리
⑤ 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⑥ '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⑦ 13년 만에 중동에 'K-건설' 깃발 꽂을까
⑧ "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⑨ 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⑩ K-금융, 사상 최대 실적 업고 디지털금융 '슈퍼앱' 키운다
⑪ 'K-핀테크' 15조 혁신성장펀드 도입… '미래금융' 날개단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162개사 투자유치금액(누적) 5조8569억원, 138개사 매출액 1조9884억원.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프롭테크 서비스가 단순한 모바일 거래 중개를 넘어 사이버 모델하우스, 가상현실(VR)·인공지능(AI) 건축과 시세 조사 영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롭테크 업체들의 글로벌 사업 성과는 여타 업계 대비 미미한 수준인 게 현실이다. 금융과 IT 서비스를 결합한 핀테크와 비교해도 실물 자산을 투자하는 부동산 산업은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최근엔 기업과 플랫폼의 협업, 해외 투자 증가의 영향으로 프롭테크 업체들의 활동 영역과 기회가 보다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앞서 핀테크가 성공 사례를 구축한 동남아시아로 싱가포르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남아 진출 기대되는 프롭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동남아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를 토대로 프롭테크도 해외에서 블루오션을 창출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세대 프롭테크 업체 '직방'은 지난 7월 삼성SDS의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인수했다. 삼성페이 디지털키를 발급받은 스마트폰을 들고 접근하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삼성SDS의 홈IoT사업은 월패드와 디지털 도어록 등 스마트홈 콘텐츠를 앞세워 현재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1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직방의 홈IoT사업 인수는 해외시장 진출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직방은 지난 5월 메타버스 서비스를 활용한 글로벌 가상 오피스 '소마'를 론칭, 글로벌 가상 오피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오프라인과 동일한 원격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오피스로 현재 20여개 입주사가 사용하고 있다.

건물을 주식처럼 분할 매매할 수 있는 부동산디지털수익증권(DABS) 플랫폼 '카사'(KASA)는 2020년 해외 진출을 목표로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통화청(MAS)으로부터 수익증권 공모와 2차 거래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현지에 부동산 조각투자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거래소가 개설되면 한국인 투자자가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 부동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의 온라인 가구 플랫폼 '힙밴'(Hipvan)을 인수했다. 힙밴은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도심 쇼핑센터 내 체험관을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연 30%씩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임대차 대행과 관리, 매매, 리모델링 사업 등을 영위하는 상업용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알스퀘어'도 지난해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미지투데이


IT 기술력 증명한 프롭테크 기업


프롭테크 사업 영역은 ▲부동산 중개·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자금조달 등 4개 분야로 분류된다. 1세대 프롭테크는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초기 비즈니스모델이자 현재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본격 개방된 부동산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매물 정보와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역할이 주를 이뤄 직방과 다방의 성공을 이끌었다.

2023년은 프롭테크 서비스 출시 10년여를 맞는 시점으로 기업들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비대면 계약과 시행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시도하며 소비자 편의 향상은 물론 블루오션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경우 최초 비대면 계약 서비스 '다방싸인'을 지난해 12월 론칭,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방문하지 않고 거래의 모든 절차가 앱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의 종합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시행사업에 뛰어드는 플랫폼도 있다. 토지·건물 매매거래 플랫폼 '밸류맵'은 서울 서촌의 노후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공유오피스와 트렌드 카페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곧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에서 보편화된 부동산 AI 거래 메커니즘 '아이 바잉'(ibuying)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한 투자 유치 사업 모델로, 쉽게 말해 주식시장의 프로그램매매와 유사한 구조다. 매도인이 매물을 등록 후 통상 3일 이내에 플랫폼이 매수를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부동산 거래 특성상 최종 의사결정에 있어서 AI의 역할 비중이 보다 약화된다. 즉 투자가치가 낮은 물건은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회원사 수는 380개로 2018년 11월 포럼 창립 당시 26개에서 4년 만에 14배 이상 증가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롭테크 서비스의 본질이 부동산 거래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 데 있다"면서 "최근 한국의 프롭테크 기업들은 초기 마케팅 플랫폼에서 다양한 신산업들을 전개하며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롭테크 수익모델 약점


다만 국내 부동산 거래시장에서 프롭테크 기업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못미치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부동산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앱 기술의 발달에도 소비자가 네이버부동산 등 포털 사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플랫폼의 한계"라고 말했다.

직방은 2018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21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직방의 영업적자는 82억원, 순손실은 130억원을 냈다. 매출은 558억원을 기록했다.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8억원, 순손실은 19억원을 기록했다. 다방은 매출 감소가 영업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021년 다방의 매출은 246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0% 감소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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