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발목잡는 법인세 갈등…'기업 경쟁력'이냐 '초부자 감세'냐
野 "상위 0.01% 대기업만 혜택…법인세 실효세율 17% 불과"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2주 넘게 초과했지만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배경엔 예산안과 함께 통과돼야 하는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를 두고 상위 0.01%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초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여야는 2023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훌쩍 넘긴 이날까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당장 예산안이 처리된다 해도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악의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벗기 힘든 셈이다.
이렇듯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원인으로는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이견 차이가 꼽힌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과세표준 3000억원을 넘는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도 경제 상황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인상된 법인세율을 다시 낮춰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포퓰리즘 재정 확대 정책으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될 대로 약화돼 있었다"며 "법인세를 인하하면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외국 기업을 우리나라로 많이 불러들일 수 있고 우리 수출 대기업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혜택 대상인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100여개뿐인데, 이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초부자 감세'라는 주장이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세표준 3000억원을 넘는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할 경우 전체 법인세 신고 대상 법인 90만 개 중 상위 0.01%에 해당하는 103개 기업이 최고세율 인하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정부·여당은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면서 초부자 감세만 신줏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다"며 "국정을 책임질 집권 세력이 초부자를 위한 정치 파업에 여념이 없다는 것은 절대다수 국민의 삶보다 0.01%도 안 되는 극소수 기득권이 더 중요하다는 자백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 측은 소수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더라도 이에 속한 주주와 근로자, 협력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민주당의 초부자 감세론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을 자꾸 부자냐 그렇지 않느냐로 갈라치기하는 출발점이 잘못됐다. 삼성전자 주주가 600만명에 가까운데, 어떻게 그게 특정 개인의 소유인가. 전국민이 투자하는 전국민이 소유한 기업"이라며 "또 그 대주주, '큰손'이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21.5%)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여권의 주된 근거다.
추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이후로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린 정부는 문재인 정부 하나"라며 "전세계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조치를 조금 정상화해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춰 놓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여건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과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실효세율)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대한민국 법인세는 OECD 10위쯤 되고, 실효세율은 17%가량 된다"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논리가 '외국 투자가 대만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도록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기업투자란 건 세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법인세 인하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자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은 '법인세 1%포인트(p) 인하'라는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국민의힘은 법인세를 최소 2%p 인하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법인세 인하폭을 2%p로 높이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오후까지 법인세와 관련한 여야 입장차가 좁혀졌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한 만큼, 예산안 정국이 올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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