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쿨했다던 尹, 특별사면 단행하나…여론은 반대 우세

김건호 2022. 12. 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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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때 검찰 관리 업무를)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2019년 대한민국 검찰의 수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감사에서 “어느정부가 검찰의 중립을 보장했느냐”는 질의에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쿨(cool)하다는 보통 뒤끝없고 깔끔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쿨하다”고 평가한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범죄 사실은 그렇게 쿨하지 않다. 무엇보다 재임 중 110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다. 그런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윤 대통령이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였던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국민 대통합이라는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는 결정으로 논란은 피할 수 없다. MB 특별사면은 윤 정부에게 득이될까 실이될까.

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선직후부터 MB사면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3월 윤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통해 MB의 사면을 건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회동은 불발됐다가 다시 성사됐고, 실제 MB 사면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 때부터 MB 사면의 논의는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사면론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이미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 국민통합 등이 꼽혔지만,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국민의힘 내부 MB계의 요구도 밑바닥에 깔려 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당선의 1등 공신으로 손꼽힌 장제원 의원과 검찰 출신으로 동갑내기 친구인 권성동 의원은 모두 이 전 대통령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한 MB계로 분류된다. 윤한홍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실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 등을 지냈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비서관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대표적인 MB계다.

권 의원은 당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해주고 그보다 더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안 해주는 건 또 다른 정치 보복이고, 형평성에 안 맞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다며 총대를 멨다. 

정치권, 특히 여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비판의 시선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벌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지난 2020년 10월29일 대법원은 뇌물,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자동차 시트 제작 업체인 다스의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인 것이 인정됐고, 삼성으로부터 뇌물 89억원도 받은 것도 인정됐다. 삼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의 17대 대선 당선이 확실시됐던 2007년 11월부터 재임 기간까지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줬다. 여기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한테서 받은 연임 관련 2억여원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서 직무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받은 10만달러,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받은 비례대표 공천 대가 2억원도 모두 뇌물로 인정됐다.

지난 2021년 2월 10일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 일 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죄가 가볍지 않은데 특별사면이 될 경우 이 전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벌금 82억원은 면제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논현동 사저 공매대금으로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완납했고 벌금은 130억 중 82억원 가량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 전 대통령측은 “개인 자산이 없어 나머지 벌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재는 벌금 환형유치(벌금 납부 대신 노역장에 유치하는 것)로 구치소를 1년6개월 정도 더 사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번 특별사면이 결정될 경우 벌금 82억원에 대한 벌금 환형유치도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형집행 정지 상태로 서울대 병원에게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는 법원에서 선고받은 징역 17년 중 2년7개월 가량밖에 수형생활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을 의식한듯 오는 28일 기간이 만료되는 형집행정지 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측이 일종의 ‘배수진’ 전략을 펼쳐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특별사면이 28일자로 단행될 경우 형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할 의미가 없고, 31일자 사면이라도 3일 동안 (구치소에) 들어가 있다가 나오면 된다. 또 만에 하나 사면이 불발될 경우 내년에 다시 형집행정지 신청이 가능하다. 어느쪽이라도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현재 여론은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부정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반대하는 의견이 53%로, 찬성(39%)을 압도했다. ‘끼워넣기 사면을 거부한다’고 밝힌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특별사면도 반대 의견 51%로, 찬성(34%)보다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평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2%가 ‘잘했다(아주 잘함 31.8%, 다소 잘함 33.4%)’고 답해 ‘잘못했다’(31.8%)는 응답을 2배나 앞섰다. ARS(무선 99%, 유선 1%, 무작위 RDD 추출) 방식으로 진행된 이 조사의 설문 응답률은 1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지난 5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부정여론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사면과 달리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보수층의 핵심지역인 TK(대구경북)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팬층이나 지역적 지지 기반도 약해 윤 대통령 지지율 반등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MB 사면에 대해 주무부처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단 얘기도 나온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이 전 대통령이 거론되자 한 장관이 법과 원칙을 내세워 윤 대통령에게 거듭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야당에선 이미 MB 사면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MB를 사면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이고 그것이 왜 공정한 것이고 그것이 왜 상식입니까“라며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우리가 보기에는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몰상식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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