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시절로 퇴행”… 비윤 반발에도 與 ‘당심 100%’ 전대룰 결정

김병관 2022. 12.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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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개정… 2023년 1월 당권레이스 돌입
비대위, 당헌 개정안 전국위 회부 의결
통과 땐 18년 만에 여론조사 반영 폐지
최다 득표자 50% 넘지 않을 땐 결선투표
당내 경선 시 ‘역선택 방지 조항’ 의무화
김기현 “대표, 당 구성원이 뽑아야” 찬성
유승민 “나 하나 죽이려는 尹핵관 폭거”
결선투표 잡음엔 나경원 “연대는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당대표를 여론조사 반영 없이 당원투표만으로 뽑는 방식으로 전당대회 룰을 바꾸기로 19일 결정했다. 당대표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각종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의무 적용하기로도 했다. 계획대로 오는 23일 전대 룰이 변경되면, 내년 1월 초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당권 레이스에 공식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與 비대위회의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당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전당대회에서 당원 여론만 100% 반영하는 당헌 개정안을 상임전국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상배 선임기자
◆與 비대위, ‘당심 100%’ 만장일치 의결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투표 100% 방식으로 선출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상임전국위에 회부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현행 전대 룰을 바꿔 당심(黨心)의 비중을 확 끌어올린 것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당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 중심에 서야 한다”며 “소극적, 일시적 행위인 여론조사는 자발적, 적극적 행위인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 당원의 자발적 투표로 당대표 선출이 가능하므로, 비당원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18년 만에 당대표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배제하게 된다. 2004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경선에서 여론조사가 처음 도입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00만명 당원시대’를 앞둘 정도로 당세가 커진 점을 룰 변경의 근거로 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우리 당 책임당원 수가 약 80만명이다. 지역별 당원 구성 비율도 영남과 수도권이 비슷해졌다”며 “이러한 변화와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하고 집권여당의 단결과 전진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결선투표제도 도입… 이르면 23일 확정

이날 비대위는 당대표 선거에서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을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투표제도 당헌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당원 총의를 거듭 확인해서 당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의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시행할 경우 다른 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는 내용의 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정 위원장은 “각종 경선에서 여론조사 시 발생했던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했다”고 했다.

비대위가 이날 의결한 당헌·당규 개정안은 20일 상임전국위, 23일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등 3차례 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룰 변경을 마치는 대로 전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후 1월 초 후보 등록 기간에 당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당권 레이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윤핵관들의 폭거” 일부 주자 반발

당권 주자들은 유불리에 따라 룰 변경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내면서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면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영향력이 커져 친윤(친윤석열) 주자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관측 때문이다.

친윤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당대표를 당 구성원들이 뽑는 것이고 그런 다음에 거기에 따라서 결과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룰 변경을 지지했다. 권성동 의원도 ‘100% 당원투표’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비윤(비윤석열)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KBS 인터뷰에서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당원투표 100%라는 건 대통령 명령에 따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유승민 하나를 죽이기 위해 한 폭거”라며 “오늘의 룰 개정은 수도권 선거를 포기한 것이니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안철수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당대표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윤인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비윤 “총재 시절로 당 퇴행” 갈등 고조

당내에선 비윤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분출하고 있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룰 변경을 비판하며 ‘#승부조작 판치면 팬들은 떠나리’, ‘#유승민만은 절대 안 돼를 길게도 얘기하네’라고 적었다. 허은아 의원도 “18년 이전 총재 시절로 당이 퇴행하는 것을 당원 여러분께서 막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권성동·김기현·윤상현·나경원 등 친윤 주자들이 난립하는 상황 속에서 단일화 효과를 얻기 위함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김기현 의원과의 연대설에 대해 “저는 어느 당권 주자와도 이른바 ‘연대’라는 것을 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결선투표제를 넣은 건 윤 대통령이 친윤 주자를 교통정리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너나 나나 ‘윤심’을 외치면서 표를 갈라 먹으면, 유 전 의원이 당선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도입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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