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방산 넘어 K컬처로 영역 확장… '제2 중동붐' 기대감 [심층기획]

이우중 2022. 12.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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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폭 넓히는 韓·UAE ‘특사외교’
장제원 의원 故 할리파 대통령 조문
칼둔 청장은 5, 9월 尹과 잇단 면담
최근엔 김대기 실장 ‘尹 친서’ 전달
국내 첫 수출 원전 바라카 화폐 등장
사우디 등 원전 추가 수출 전망 밝아
미사일 계약 등 방산 파트너 떠올라
韓 문화·엔터 인적교류 활발할 전망
스마트팜·드론 등 기술 분야 손잡고
우주 분야까지 교류 폭 확대 가능성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교두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양국은 원전, 방산을 넘어 K컬처,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한 김대기 비서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1∼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를 공식 방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비서실장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을 예방해 중동 국가 중 우리와 유일하게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UAE와의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와 한국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며 “UAE는 변치 않고 흔들림 없이 언제나 한국의 옆에 서 있겠다. 양국 간 더 큰 차원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특히 왕실 마즐리스에서 왕실, 내각, 의회 등의 주요 인사 약 150명이 모인 가운데 김 비서실장을 포함한 특사단을 접견해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아랍어로 ‘앉는 장소’를 뜻하는 마즐리스는 왕실 등 명망 가문 주최로 정치, 경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토의하는 격식 없는 모임을 이른다. 김 비서실장은 또 칼둔 할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면담하고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술탄 산업첨단기술부 장관과도 만나 에너지·기후변화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핑퐁처럼 오고 간 ‘특사 외교’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 별세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을 대통령 특사 겸 조문사절단장으로 현지에 보냈다. 이후 9월 칼둔 청장이 무함마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고, 윤 대통령과 면담했다. 칼둔 청장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대통령 취임식 경축 사절로 방한한 칼둔 청장을 접견한 바 있는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칼둔 청장에게 그간 양국이 가꿔온 각별한 성과를 토대로 양국 관계가 한층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칼둔 청장은 2009년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사업이 양국 협력의 상징이 됐다며 그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수십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 에너지 안보, 방위산업, 투자 협력 등 4가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확대하고 구체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향후 윤 대통령의 UAE 방문 가능성도 점쳐진다. 칼둔 청장이 앞선 방한에서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을 요청했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 10월 UAE를 찾아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새로 취임한 두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만나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원전·방산 수출 교두보 되나

바라카 원전은 UAE가 새롭게 디자인한 최고액권 화폐 도안에도 자리 잡았다. 내년 상반기부터 통용될 1000디르함(약 35만원)권 뒷면에 바라카 원전 단지 원자로 4기의 전경이 포함된 것이다. 바라카 원전은 현재 3호기까지 완공됐으며 4호기가 건설 중이다. 4호기까지 모두 가동되면 UAE 전체 전력 수요의 25%를 담당하게 된다. UAE 중앙은행(CBUAE)은 “아부다비의 바라카 원전 단지를 신권 뒷면에 배치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적 성과를 부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바라카 원전이 성공하면서 향후 사우디 등으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4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2기를 짓기로 하고 사업자를 물색하고 있다. 사업비 규모는 12조원으로, 한국은 사우디 원전 수주를 두고 러시아 등과 경쟁할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방산 수출·협력의 파트너로도 떠오르고 있다. 김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로 UAE를 찾기 앞서 이달 초·중순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잇따라 UAE를 찾아 관계를 다졌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UAE와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 국산 요격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계약은 최근 폴란드 방산 수출 성사 전까지 최대 규모 국산 무기 수출계약이었다.
◆문화·우주 등 다각도 협력

원전과 방산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도 기대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일 UAE 독립 51주년 행사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우리나라는 UAE의 ‘미래 50년을 위한 국가전략’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아크’(아랍어로 형제)이자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미래 50년을 위한 국가전략은 UAE가 지난해 9월 탈석유 경제 다변화와 혁신을 위해 발표한 26개 프로젝트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 전환, 드론, 스마트팜, 바이오 등의 첨단 기술과 문화·엔터테인먼트까지 양국의 협력 범위를 대폭 넓힘으로써 교역과 투자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UAE에서 누라 알 카비 문화청소년부 장관을 만나 UAE의 문화 비전 실현에 ‘K컬처’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알 카비 장관은 “특히 영화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한국문화원이 있는 UAE를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삼고 중동 지역 시장을 대상으로 한 문화콘텐츠 진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 UAE는 아랍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우주 탐사 계획을 실행하고 있어 우주 분야에서의 협력이 긴밀히 이뤄질지도 기대된다. 바라카 원전 단지가 그려진 1000디르함 신권의 앞면에는 UAE가 지난해 2월 아랍권 최초로 궤도 진입에 성공한 화성탐사선 ‘아말’(희망)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은 미국과 소련, 유럽우주국, 인도에 이어 UAE가 5번째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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