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 만에 매장 수 12배 증가...대만 BBQ “K치킨=양념치킨” 인식 通했다

대만(타이베이)=이신혜 기자 2022. 12.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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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치킨 대중화된 대만에서 양념치킨으로 승부수
도깨비·갯마을 차차차 등 드라마 열풍으로 한식 인기도 증가
배달·포장 전문 매장서만 월 8000만원 매출
지난달 24일 오후 8시 대만BBQ 남서점의 모습. /이신혜 기자

“한국 드라마 이태원클래스를 보며 한국 치킨을 알게 됐고, 친구들이랑 양념치킨 콤보 먹으려고 포장하러 왔어요” (20대 직장인 엘리 수씨)

지난달 24일 오후 6시,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에 있는 배달·포장 전문 매장 쌍연점에서는 포장하러 온 손님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한국의 홍대나 대학로처럼 대만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중산구에는 타이베이시립대학, 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교 등 대학뿐만 아니라 신콩미츠코시백화점과 화산1914창의문화원구 등 젊은층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최근에는 개인사업자들이 개성을 담은 카페를 많이 열며 더욱 인기가 많아졌다.

◇ “K치킨=양념치킨” 인식 퍼져...배달·포장 전문 매장서만 월 8000만원 매출

이처럼 젊은이들이 유입되면서 대만에서는 보기 힘든 양념치킨을 비롯해 떡볶이와 피자, 치즈볼 등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달과 포장만 진행하는 쌍연점에서는 하루 평균 6만5000대만달러(약 280만원)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 한 달에 8000만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매장 한켠에서는 한국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서 치킨을 먹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30대 직장인 첸이이씨는 “BBQ에서 3가지 맛을 맛볼 수 있는 치킨 콤보가 있다고 들었는데 마침 지나가다가 맛있는 냄새가 나서 들어왔다”며 “간장·허니갈릭·치즈맛 3가지가 들어있는 콤보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가격대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대만 치킨보다 3~4배는 비싼 것 같지만 다양한 양념을 맛볼 수 있어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포장 손님들은 대부분 양념치킨을 주문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 메뉴는 허니갈릭스치킨과 시크릿소스스파이시치킨(양념치킨) 등이었다. 치킨 한 마리를 단품으로 시키기 보다는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는 2~3가지 콤보 메뉴의 주문량이 많았다.

양념을 묻히지 않은 프라이드 치킨이 발달한 대만에서 양념을 다양하게 묻혀 판매하는 한국 치킨은 그야말로 열풍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도래한 2019년에 대만에 진출한 BBQ 매장은 2곳에서 올해 25곳까지 늘었다.

BBQ 남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이드 메뉴들. /이신혜 기자

◇ 해물파전·오징어구이 등 한식 사이드 메뉴도 인기

쌍연점에서 500m 거리에 있는 홀전문 매장 남서점은 비가 많이 내리는 평일 저녁에도 대부분의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이 곳은 60평 규모로, 매장에서 식사만 가능한 곳이다. 친구·커플·가족 등 다양한 손님들이 치킨 뿐만 아니라 해물파전·잡채·오징어구이 등의 한국식 사이드 메뉴를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 대만인에게 떡볶이는 특히 인기가 많았다. 한국 기자가 먹기에도 다소 매웠던 떡볶이를 대만 사람들은 ‘보통의 매운맛’이라며 테이블당 하나씩 시켜먹는 분위기였다.

대만 BBQ에만 있는 매운 오징어 구이는 한국 드라마 ‘갯마을차차차’의 인기로 인해 탄생됐다. 대만 BBQ에서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한국 항구의 모습을 보고, 수산물을 활용한 한국식 사이드 메뉴를 개발한 것이다.

한국 음료인 ‘포도 봉봉’과 함께 제공되는 ‘사랑해 오징어’ 메뉴는 258대만달러(약 1만1000원)에 판매된다. 떡볶이, 해물파전에 이어 3위 안에 들어가는 인기 메뉴다.

BBQ 남서점에서 현지 손님이 김치전과 양념치킨을 주문한 모습. /이신혜 기자

◇ 매장 취식 불가로 한 차례 위기, 엔데믹 후 주말에는 번호표 대기하기도

2019년 문을 열 당시 하루 최대 매출이 20만 대만달러(약 850만원)까지 나오던 남서점 매장에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해 대만 정부가 5~7월까지 3개월간 매장 취식을 전면 금지하면서 매출이 곤두박칠 쳤다. 지난해 12월까지도 매장의 3분의 1만 취식이 가능해 매출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 대만 고객들이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자마자 매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매장 관계자는 “도깨비를 보고 오시는 팬 고객들이 많다”며 “한국 드라마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황페이(25)씨 역시 “남서점은 두 번째 방문인데 도깨비를 보고 BBQ를 알게 됐다”며 “배우 공유를 가장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을 맛보고 싶어 떡볶이도 같이 주문했다”고 말했다. 친구와 같이 왔다는 저스틴 오(27)씨는 “매운 음식을 즐겨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한다”며 “한국 음식 중에 해물파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제니(Jenny) 대만 BBQ 총괄매니저는 “한국 치킨과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BBQ 치킨대학에서 3주 동안 집중 교육을 받았다”며 “주말에는 자리가 모자라 번호표를 뽑을 수 있는 기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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