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학대 논란→임영웅 0점 준 ‘뮤직뱅크’ 이게 수신료의 가치인가요[2022 KBS 결산①]

이하나 2022. 12. 2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이하나 기자]

KBS가 2022년 동물 학대를 비롯한 여러 잡음을 겪었다.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KBS의 자신감이 무색하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 힘 윤두현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9월 사이 방심위에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가 된 프로그램은 KBS 1TV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었다.

5년 만에 부활한 대하드라마로 주목받았던 ‘태종 이방원’은 7회 방송 후 말을 학대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동물자유연대 측이 공개한 낙마신 촬영 당시 영상에는 말의 뒷다리에 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렸고, 두부에 심한 충격을 입은 말이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담겨 큰 비판을 받았다.

해당 말이 촬영 1주일 뒤에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태종 이방원’ 관련자 징계 및 방송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이어졌다. KBS 측은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작 가이드 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밝히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태종 이방원’ 측은 해당 장면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고 한 달간 결방하며 재정비 기간을 가졌다. ‘태종 이방원’은 배우들의 호연 속에 기존 사극과 달리 미완성된 인간 이방원의 고뇌를 그리는 데 성공했으나, 동물 학대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태종 이방원’ 다음으로 민원 접수가 많았던 프로그램도 KBS였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는 지난 9월 미성년자인 홍성흔의 아들이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비뇨기과에 방문해 포경수술 장면을 방송해 논란을 빚었다.

시청자들은 아이들의 포경수술을 희화화하고 수술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했다. 비난이 폭주하자 ‘살림남2’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가족들이 ‘성(性)’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던 제작 의도와 달리,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에 깊은 사과 말씀 드린다.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향후 더욱 신중하게 방송을 제작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KBS 2TV 월화드라마 ‘미남당’은 첫 방송 전부터 스태프 부당해고 논란으로 잡음을 빚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 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측은 ‘미남당’의 제작사 등이 스태프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요구했고,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스태프들과 합의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의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코로나 이슈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한 달 가량 촬영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 연장에 대한 합의 조항에 따라 스태프들과 협의를 진행했다”라며 “대부분 스태프는 기존 계약 내용과 동일 조건으로 계약기간 연장에 합의하였으나, 일부 스태프들이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라고 계약서 내용에 따라 계약종료가 된 것이라 반박했다.

이후 공공운수 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고용노동부에 ‘미남당’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기술팀 팀원급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으며, 제작사에 근로계약서 미작성, 정리 시간 근로 시간에 미포함, 1주 연장근로시간 12시간 제한 초과에 대한 개선계획서 제출과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수당 약 1천만 원 지급을 명령했다.

‘뮤직뱅크’는 다시 한번 ‘방점뱅크’라는 오명을 자처했다. ‘뮤직뱅크’ K-차트는 디지털음원(60%), 방송 횟수(20%), 시청자 선호도(10%), 음반(5%), 소셜미디어(5%)로 순위가 집계된다. 그러나 음원, 음반 점수에서 앞서고도 ‘방송 횟수’로 순위가 바뀌는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면서 ‘뮤직뱅크’의 공신력도 떨어졌다.

지난 5월에는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디지털 음원점수, 음반 점수에서 르세라핌의 ‘FEARLESS’(피어리스)를 크게 앞섰으나, 20%에 불과한 방송 횟수 점수에서 0점을 받아 1위를 놓쳤다. 당시 르세라핌의 방송 점수는 5348점이었다.

방송 횟수 점수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뮤직뱅크’ 한동규 CP는 집계 기간 동안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으며, 라디오 부문은 KBS CoolFM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시청자들의 반발은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한 누리꾼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뮤직뱅크’ 점수 집계 방식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제작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월 2일에도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7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첫사랑(CSR)이 ‘러브티콘’으로 역주행으로 음원차트를 석권한 윤하 ‘사건의 지평선’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첫사랑(CSR) 상황은 임영웅 때보다 더 심했다. ‘러브티콘’은 디지털 음원 점수, 음반 점수, 소셜 미디어 점수에서 모두 0점을 받고도 방송 횟수 점수로 6324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K차트’라는 이름을 걸고도 결과는 대중의 선택과 정반대였다. 각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들이 자체 점수 산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KBS는 그중에서도 지나치게 방송 횟수 점수에 의존하고 있다. KBS가 스스로 깎아 먹은 공신력은 결국 ‘방점뱅크(방송 점수+뮤직뱅크)’라는 오명만 남았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시대 흐름에 맞는 차트 선정 기준을 개편하지 않는 한 ‘뮤직뱅크’의 공정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될 것이다.

(사진=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캡처, '뮤직뱅크' 캡처)

뉴스엔 이하나 bliss21@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