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진실한 보고’를 받는 세 가지 방법[김한솔의 경영 전략]
[경영 전략]
“이렇게 하고 있다고요? 왜요? 그럴 거면 미리 알려주지….”
일하다가 구성원에게 이처럼 아쉬운 얘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어떤 상황인지 물었을 때 ‘엉뚱한 일’에 집중하고 있어 황당했던 적, 혹은 문제가 생겼는데 미리 알리지 않고 상황이 복잡해진 뒤에야 뒤늦게 알려서 수습하느라 힘들었던 경험 등을 했을 때다.
그래서 자주 중간 보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구성원에게 보고는 결코 반가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렵고 피하고 싶은 상황일 때가 많다. 리더는 본인의 보고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윗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충분히 고민했던 내용도 막상 보고하는 자리에선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게 부정적인 소식이라면 더욱 힘들다. 보고를 위해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보고를 받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리더가 이런 답답한 상황을 덜 겪으려면 리더의 ‘자세’에 변화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경청을 하려면
핵심은 ‘경청’이다. 그냥 귀 기울여 들어보자는 빤한 얘기가 아니다. 보고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청을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보고 내용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표현해 주기다. 보고자가 100% 확신을 갖고 신나서 보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시작이 부담 될 수밖에 없다. 이때의 긴장을 낮춰 주기 위해서는 보고를 받는 사람이 긍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눈에 걸리는 게 있어 지적하고 싶더라도 일단 좋은 부분을 ‘먼저’ 인정해 주라는 뜻이다.
‘잘한 게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와 같은 현실적 고민이 들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들보다 대부분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최고의 결과물일 때 인정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한 부분에 대해서도 격려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했거나 과거 지적 받았던 부분을 보완한 것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다. 비록 그게 최고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문제 상황을 가져 온 구성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한 것이냐’라는 질책을 하고 싶겠지만 그 상황을 겪고 고민했을 구성원의 마음을 한 번만 헤아려 주면 어떨까.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알려줘 고맙다’거나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해 대책을 함께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구성원의 노력에 대한 긍정적 표현으로 시작해 보자. 그게 대화를 여는 물꼬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질문이다. 질문은 상대와 ‘대화’를 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구성원이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해 보고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리더의 경험치로 볼 때는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미뤄 두고 구성원의 생각을 들어보면 어떨까. ‘어떤 의도’로 이것을 기획했는지 또 ‘무엇을 근거’로 자료를 구성했는지 등을 확인해 보라는 뜻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이 미처 보고서에 다 담지 못했던 구체적인 내용들을 추가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잘 듣다 보면 리더가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될 수도 있다. 보고받는 과정에서 리더도 학습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질문이 갖는 또 다른 좋은 점이 있다. 리더의 적극적인 태도가 구성원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 말도 있듯이 리더가 관심을 주지 않는 일에 구성원이 애정을 갖기는 힘들다. 다만 질문을 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말하는 리더의 톤이다.
구성원에게 ‘보고 시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리더의 ‘질문’이라고 말한다. 리더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질문일 수 있지만 구성원은 자신의 보고 내용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한 취조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리더의 ‘호기심’이다.
구성원의 보고 내용에서 궁금한 점을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질문하자. 이를 통해 충분히 들어준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
보고받는 리더의 모습을 바꿔라
마지막 셋째는 ‘지원 요소’ 확인이다. 보고는 일의 시작일 뿐 실제 조직에서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실행이 따라야만 한다. 이 과정이 조금 더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 ‘리더가 도와줄 부분’이 있을지 확인하는 게 보고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습이다.
당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만한 게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까지의 아이디어를 인정하면서 ‘발전시키는 과정에 어려운 게 있으면 찾아와 달라’는 심정적 지원도 구성원에겐 힘이 된다.
과거 유사한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 선배나 동료를 추천해 일의 속도를 높이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더 좋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예산을 배정하는 등의 물리적 지원까지 할 수 있다면 구성원에겐 최고의 지지가 된다.
보고 상황에서 느낄 구성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세 가지 자세를 살펴봤다.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며 지원 요소를 제시하는 것, 말은 쉽지만 리더에게는 참 어렵다. 물론 구성원의 모든 보고에 이렇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분명하게 지적이 필요한 부분은 피드백을 줘야 한다. 다만 그전에 보고하러 오기까지 많이 고민했을 구성원의 마음도 함께 헤아려 주자. 그리고 이를 통해 리더와 구성원 간에 보고에 대한 부담이 줄어 더 자주 더 많이 소통하게 된다면 결국 리더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직의 성과 달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리더의 역할을 생각하다 보면 ‘꼬리잡기 놀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꼬리잡기에서 맨 앞에 선 사람은 두세 발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에 맨 뒤에 서 있는 꼬리는 7~8걸음 이상 뛰어야만 한다. 그러다 지치면 상대편이 우리 팀의 꼬리를 잡기도 전에 붙잡고 있던 앞 사람의 허리춤을 놓치고 쓰러진다. 어쩌면 조직에서 일하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리더 개인의 업무 태도가 구성원에겐 폭풍과 같은 저항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긍정적 태도 변화, 일방식 개선이 구성원의 업무 효율성을 생각보다 훨씬 더 높여 줄 수도 있다. 꼬리잡기 놀이의 맨 뒤에 서 있는 구성원이 움직이기 쉬운 방향으로 조금의 배려를 해 주는 것, 어쩌면 보고 받는 리더 모습의 변화가 그 시작이지 않을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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