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다는 회장 당선이 우선… 지역농협 문제 손 놓은 농협중앙회

김수정 기자 2022. 12.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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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특판 사태가 아직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지역농협 문제가 아니라 중앙회 차원 문제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지역농협은 2년에 한 번 중앙회로부터 정기 감사를 받는 게 전부다.

이러한 문제가 바뀌지 않는 건 결국 지역농협을 의식해야 하는 중앙회장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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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지역농협이 고객들에게 미끼상품을 팔았다. 이들은 고금리 상품을 내놨다가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고객들에게 해지를 읍소했다. 이 돈을 모두 받았다가는 이자를 주지 못할 것이 자명했던 탓이다.

2022년에도 지역농협에서는 부당 대출·횡령·납품 비리·전산조작 등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벌어진 사고가 잇따랐다. 통상 금융회사에서 이따금 벌어져도 큰 논란이 되는 문제가 반복되는 데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선거의 ‘유권자’인 지역농협을 의식해 평상시에는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다가 사건이 터질 때에만 땜질식 대책을 내놓는다는 얘기다.

이번 역시 농협중앙회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지역농협이 연 5%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판매할 경우 중앙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남해축산농협, 동경주농협, 합천농협 등에서 연 10% 전후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예금을 내놨다가 문을 닫을 뻔한 사태가 벌어진 데 따른 수습책이다.

농협중앙회. /조선비즈DB

◇ 금감원 “중앙회가 지역농협 감독 안 했기 때문”

농협중앙회의 조치에 대해 금융당국의 시각은 싸늘하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측에 지역농협의 특판 상품 판매를 제대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고, 다음 달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 중앙회가 지역농협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특판 사태가 아직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지역농협 문제가 아니라 중앙회 차원 문제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지역농협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지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임직원에 의한 횡령이다.

지난 6월 광주 오포농협에서 자금출납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타인 명의 계좌로 회삿돈 40억원을 빼돌린 게 적발돼 경찰에게 붙잡혔다. 비슷한 시기 경남 창녕 농협 직원은 전산망을 조작해 1억원가량을 빼돌렸다. 김승남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6월까지 지역농축협에서 152건의 횡령 사건이 적발됐다. 매월 2.8건씩 발생한 셈이다.

불법 대출도 지역농협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북시흥농협에서 거액을 빌려 인근 신도시 부지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임직원 불법 대출은 물론 조합원 자격을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거액을 빌리는 행태도 계속 드러났다.

그래픽=손민균

◇ 부실한 내부통제… 중앙회는 ‘표밭’ 의식해 쉬쉬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지적하는 지역농협의 문제는 내부통제 부재다. 지역농협은 2년에 한 번 중앙회로부터 정기 감사를 받는 게 전부다. 외부 회계법인이 매년 감사를 하는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이다. 중앙회가 1115곳에 달하는 지역 농협을 감사하다 보니 이마저도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바뀌지 않는 건 결국 지역농협을 의식해야 하는 중앙회장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다. 전국 지역 농민조합원들이 각 지역 조합장을 선출하면, 그 조합장들은 농협중앙회 총회·대의원회·이사회에 참여해 중앙회와 지주회사에 권한을 행사한다. 4년마다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도 조합장들이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농협 직원들도 인지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자신을 읍 단위 지역농협 직원이라고 밝힌 한 게시자는 “직원 수도 적을뿐더러 업무 효율화라는 이유로 한 직원들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이 집중된다”며 “막대한 권한이 횡령이나 실수 등 사건·사고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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