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기업은행장 임명 임박…진통 예고

정옥주 기자 2022. 12. 2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IBK기업은행장의 차기 행장 임명이 임박한 가운데, 기업은행이 3년 만에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 중 차기 기은 행장 후보를 제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면한다. 현 윤종원 기은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2일 만료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기은 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을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성태 기은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해 8월 금감원장에 임명됐으며, 10개월 만인 올해 6월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진사퇴한 인물이다.

정 전 원장은 금융과 경제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대표적인 관료로 꼽힌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성한 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위 사무처장,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후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맡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의 맏사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은 노조는 정 전 원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정 전 원장의 임명설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조 측은 정 전 원장이 기은 행장으로 임명되면 직전 금융감독기관장이 피감은행장이 되는 만큼 공직자윤리법 상의 퇴직자 취업제한 규정의 취지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은 퇴임 후 3년 이내 재취업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면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기은은 공기업이 아닌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 전 원장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노조 측은 기은은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며, '법꾸라지 낙하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선 기은에서 3년 만에 '금융권 최장기 출근 저지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노조는 지난 2020년 1월 윤종원 행장 임명 당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윤종원 행장의 임명으로 약 10년 만에 '내부출신 행장' 관행이 깨지면서 기은 내부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윤 행장은 임명 27일 만에야 가까스로 첫 출근에 성공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정 전 원장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또 다시 출근저지 운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기은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재무부+마피아)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이에 앞서 지난 12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근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 표명했다. 특히 노조는 취업을 금지하는 기관에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추가하는 등 기은과 관계된 공직자윤리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늘 '법치'와 '공정'을 강조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법에 의한 공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규정을 바꾸고, 상식을 어겨가며 모피아 낙하산을 내리 꽂는 일을 누가 공정이라 부르겠는가"라며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10만 조합원 단결대오로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칼끝 대치를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정 전 원장 등 후보자들을 놓고 막판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은 노조 측은 관료 출신 행장 임명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내고 있어, 지금과 같이 금융시장이 어려운 환경에서 기은이 3년 만에 또 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여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