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6연상' 거뜬 무증 테마주, 개미는 돈을 벌었을까?

고정삼 2022. 1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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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증자,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회계상 변화에 불과"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올해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대규모 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무상증자에 따른 주가 상승분은 전부 반납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벤트로, 유의미한 주주환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주가치 제고는커녕 무상증자 공시일과 권리락일에 해당 기업 주식을 대거 매수한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크게 봤다. 여전히 무상증자 권리락일에 매수세 유입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00% 이상 무상증자를 발표한 상장사는 작년보다 27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무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상장사(유상증자 참여를 높이기 위한 유·무상증자 제외)는 총 77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18개사)보다 약 35%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 무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신주배정주식수를 크게 늘리는 특이점을 보였다. 올해 들어 300% 이상 무상증자를 발표한 상장사는 총 15개사인데, 이는 작년보다 무려 275% 급증한 수준이다.

무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대가 없이 주식을 나눠줌으로써 자본금과 주식 수를 늘리는 이벤트다. 무상증자 이후 늘어난 주식 수만큼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무상증자에 따른 거래량 확대 기대감과 기업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냄으로써 주가를 부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곤 했다.

문제는 무상증자가 유상증자와 달리 자금이 유입되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무상증자에 따른 주가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상장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신주배정주식수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였다. 올해 들어 최대 800% 무상증자를 실시한 상장사도 등장했다. 신주배정주식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권리락일에 인위적 주가 하향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가가 저렴하다는 착시는 커진다.

실제 300% 이상의 무상증자를 단행한 상장사들의 주가는 증자 이전 수준으로 전부 되돌림했다. 비임상 임상시험수탁(CRO) 기업 노터스는 지난 5월 800% 무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공시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노터스의 무상증자 전 상장주식수는 780만주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약 158만주)를 감안하면 실제 유통주식수는 622만주 수준에 그친다. 이에 적은 거래량이 저평가 요인이라고 판단한 노터스는 신주 1주에 무려 8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후 주가가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권리락일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최대 4만3천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달 19일 노터스의 종가는 권리락 기준가(7천730원)보다도 23% 하락한 5천950원까지 밀린 상태다.

플러스 사이즈 여성 의류 쇼핑몰 기업인 공구우먼도 지난 6월 500% 무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다음날에도 주가가 24%대 급등했다. 권리락일 이후에는 2번의 상한가와 27%대의 급등세를 자랑했다. 하지만 공구우먼의 현재 주가는 1만3천950원으로, 권리락 기준가(1만5천원)도 밑돌고 있다.

이밖에도 500% 무상증자를 단행한 조광ILI(-36.77%), 실리콘투(-29.08%), 모아데이타(-42.89%), 엔지켐생명과학(-46.82%), 피코그램(-30.92%) 등도 전부 권리락 기준가를 하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상증자에 따른 주가 과열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신뢰성 분석 기업 큐알티와 웹툰·웹소설 플랫폼 전문기업 미스터블루는 전날 무상증자 권리락에 따른 착시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기업 스튜디오산타클로스도 권리락일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권리락 기준가(1천370원)보다 68.98% 상승한 상태다.

문제는 무엇보다 무상증자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개미들만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무상증자 공시일과 권리락일 투자자별 순매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 이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비중은 증가했고, 기관·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 비중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가 기업가치와 무관한 이벤트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주의해 투자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액면분할과 비슷한 접근 방법인데, 이는 주가 상승의 유의적인 재료가 되긴 어렵다"며 "유동성이 증가해 약간의 긍정적 효과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플러스 알파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상증자는 회계상의 변화일 뿐, 기업의 펀더멘털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무상증자로 인한 주가 변화는 계속 유지되기 어려운, 테마주 현상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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