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생각하면 결혼도 '막막'…"투기구제용 금융지원은 안돼"[청년이 바꾼다-금융·재테크]⑥

김도엽 기자 박기현 기자 2022. 1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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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속 청년목소리 “절반 파이어족 꿈꾸지만 월급만으론 불가능"
"생활밀접한 금융·경제 실무교육 전무 아쉬워…공교육 필요" 이구동성

[편집자주] 금리 인상의 여파가 매서운 겨울입니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주거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지만 아직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에겐 이 겨울 한파가 더욱 매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청년재단과 <뉴스1>이 이번엔 청년의 건전한 부채관리와 금융재테크를 중심으로 2번째 기획을 꾸렸습니다. 아무쪼록 2000명의 진심 어린 설문이 사회의 출발선에 선 청년들을 위한 금융지원책에 널리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도엽 박기현 기자 = 2030대 경제활동자의 6.4%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을 뜻하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 합니다. 2030대 빠른 경제적 자립을 통해 30~40대 은퇴를 고려하는 사람들입니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의 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취업·아르바이트 플랫폼 잡코리아·알바몬이 지난 3월 2030 성인 1117명 대상으로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는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선 57%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41%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응답했습니다.

다만 실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파이어족의 약 80%가 본인의 경제적 수준이 또래와 비슷하거나 높다고 인식했는데, 취미·여가·문화생활 등 소비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뉴스1이 지난 14일 청년재단 회의실에서 '금융 간담회'를 통해 만난 2030대들의 이야기는 어땠을까요. 이들은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현실의 벽은 높다고 입을 모읍니다. 은퇴를 위한 안정된 환경을 갖추려면 재테크, 부업 없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주거'가 가장 갖추기 어려운 요건이었으며 이를 위해 자녀 계획은커녕 결혼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회의실에서 '금융 잡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2.12.19/

뉴스1은 청년재단과 함께 지난 11월 22~30일, 2030대 청년 20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51.4%(1071명)가 '생각한 적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봄'에 응답했습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 얼마까지 벌어야 한다고 묻는 질문엔 전체 응답자의 30.1%가 '20억원 이상'을 꼽았습니다. 이어 △10억원 이상 25% △30억원 이상 21.7% △40억~50억원 이상 10.9% △50억~70억원 이상 6.7% △100억원 이상 5.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월급을 꾸준히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결혼, 취매, 식생활도 포기함을 감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취준생 A씨(20대·남)는 "결혼 생각이 없다"며 "회사 생활하면서 자녀를 낳는 등 비용적 부분을 고려하면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장인이자 기혼인 B씨(30대·여)도 "제가 결혼할 때보다 집 사는 비용 부담이 크기도 하고, 결혼식장 비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며 "지금 이상황에서는 미혼자들이 저보다 많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결국 부동산·암호화폐 투자 등 다른 수단만이 자산을 형성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투자 성공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점도 불안 심리를 높인다고 합니다.

프리랜서 C씨(20대·남)는 "비교 안 하려고 해도 아쉽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저축하고, 저축하고 아무리 저축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니 현재 플랜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취준생 D씨(20대·여)도 "집 마련하신 분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어떤 적정한 주거를 기본권으로 가지는 삶은 왜 불가능한 것이냐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이 조금 있다"며 "현재는 누구도 만족 못하는 삶인 것 같다. 나라에서 정책 대안에 많이 발굴됐으면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자기 책임 원칙'을 감안하면 쉽사리 투자에 뛰어들기는 어렵습니다. 그간 재테크 관련 경제·금융교육을 받은 적이 전무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살이라도 어릴 때, 실제로 부딪치며 배우는 금융·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지적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자산형성을 위해 어떤 교육이 가장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중고등학생 때부터 공교육에서 금융·경제 교육'에 답한 비율이 59%(1230명)로 절반이 넘습니다.

이어 △금융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16.9%(352명) △사회 진입 초기 또는 입사시 전반적인 경제·재무 교육 16.2%(338명) 등이 뒤를 이었는데, 사회초년생이 접어들 때까지 경제·금융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을 청년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예금 등 안정적인 자산 외 투자 경험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은 36.3%(756명)에 이릅니다.

설문 응답자들은 대부분 무조건적인 국가의 지원(이자 감면·유예 등)을 바라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경제적인 개념을 확실히 확립해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자립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의 진심 어린 말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학교교육에서 올바른 자산형성 개념과 금융지식, 모의 투자 경험 등 수업을 제공해 미래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야 합니다. 이른 나이에서부터 진로 로드맵과 경제적 자립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청년층 부채 문제 해결과 더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경제 교육의 방향이 학생들의 실제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육이라기보다 기본 교과교육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음 세대는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통해 스스로 자산을 형성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네요."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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