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테스트로 年 150억씩 써도…볼보 "이걸론 부족해"

예테보리(스웨덴)=이강준 기자 2022. 12. 20. 0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서 전기차 XC40 리차지의 충돌 테스트를 준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1년에 약 150억원, 매일 약 4000만원씩 돈을 쏟아붓는 곳이 있다. 그런데도 회사에선 기회가 되면 한 푼이라도 더 쓰라고 닦달이다. 현재 '안전의 볼보'를 만든 볼보 세이프티 센터를 가리키는 말이다.

6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세이프티 센터는 순수전기차 XC40 리차지의 충돌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이프티 센터는 2000년에 설립됐다. 볼보의 안전성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수많은 완성차 브랜드가 이곳을 벤치마킹했다. 그런데도 이곳 센터가 타 브랜드보다 실제 사고 상황을 가장 비슷하게 구현한다는 게 볼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돌테스트만 1년에 300회…"대부분의 실제 사고 재연 가능"
볼보 SUV 전복 테스트/사진제공=볼보

볼보의 충돌 테스트는 그 어느 브랜드의 테스트보다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전후좌우 충돌 실험은 물론 30m 높이에서 차량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멀쩡한 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XC60을 일부러 전복시키기도 한다.

볼보 세이프티 센터엔 154m, 108m 길이의 2개 테스트 트랙이 있다. 108m 트랙은 0도부터 90도까지 꺾을 수 있어 정면, 후면, 후측면 등 다양한 방면으로 차량을 충돌 시킬 수 있다. 중앙엔 850톤에 육박하는 콘크리트 방호 울타리가 있어 충돌 시 튕겨 나간 차량을 안전하게 받아준다.

0도에서 90도까지 트랙을 꺾는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해 짧은 시간에 다양한 차들을 실험해볼 수 있다. 중·고속 구간인 시속 120㎞로 달리는 두 대의 차량을 서로 충돌 시킬 수도 있다. 연료의 무게까지 구현하기 위해 휘발유·디젤 무게와 비슷한 양의 물을 넣고 테스트를 진행한다.

페르 렌호프 볼보자동차 세이프티 센터 매니저는 "세이프티 센터는 현실 사고 상황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고안됐다"며 "실제 대부분의 사고를 재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만들려다 보니 상당한 돈이 투입됐다. 1회 충돌 테스트를 하는 비용이 약 3만5000유로(약 4800만원)인데,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선 1년에 약 300회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볼보 세이프티 센터 더미/사진제공=볼보


사람 모양의 인형인 더미의 가격까지 고려하면 연간 150억원은 훌쩍 넘게 쓰는 셈이다. 볼보는 업계 최초로 임산부 더미, 3~6세의 어린이 더미, 심지어는 순록 더미까지 만들었는데 성인 남성 더미 하나 가격이 1억5000만원에 달한다. 볼보가 나이와 성별에 따라 구현한 100개 이상의 더미를 보유하고 있다.

볼보의 신차는 최소 150번의 충돌 테스트를 거쳐야 출시될 수 있다. 그 이전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진행되는 가상 충돌 실험까지 포함하면 수백회에 달한다.

볼보 "안전엔 타협 없다"…실제 사고 누적 데이터도 4만3000건 이상 기록
6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서 전기차 XC40 리차지의 충돌 테스트를 준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매년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도 본사에서는 세이프티 센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안전에 있어선 타협은 없다"는 회사의 지침 때문이다. 충돌 테스트를 한 번 진행하는 데 대략 2시간이 소요되는데, 짧은 몇 초간의 충돌 순간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소엔 수억 원에 달하는 카메라와 영화 세트장에서나 볼법한 조명들이 배치됐다.

볼보는 이 정도도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 조사팀을 구성해 실제 사고 현장을 찾아가 도로·교통상황, 사건 발생 시각 및 충돌 원인, 피해 등을 기록했다. 관련 누적 데이터는 탑승자 7만2000명, 사고 건수는 4만3000건 이상이다. 볼보 교통사고 조사팀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볼보의 사고 빅데이터는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된다.

6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서 전기차 XC40 리차지의 충돌 테스트를 준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볼보 세이프티 센터를 벤치마킹하기 힘든 완성차 업체의 경우 이곳에서 실험 용역을 맡기기도 한다. 보통의 브랜드라면 기밀로 했겠지만, 볼보는 모든 차가 안전해야 한다고 판단해 타 경쟁 업체가 비용을 지불한다면 세이프티 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볼보는 현재 모든 차량에 부착된 3점식 안전벨트 특허를 일찌감치 공개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볼보 세이프티 센터는 최근 전기차의 충돌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스트 시 단 한 건의 화재도 없었으나, 만약 화재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진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도 갖춰놨다.

토마스 브로베르그 볼보자동차 선임 엔지니어는 "볼보자동차가 말하는 안전은 단순히 테스트를 통과하거나 좋은 안전 등급을 받는 게 아니다"며 "다른 브랜드도 볼보의 노력을 보고 도로교통 사고 사상자 감소에 동참하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예테보리(스웨덴)=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