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韓 7배 될 수도…美가 찾은 CBAM 대응책 보니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탄소배출권 가격이 한국의 7배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수출비중이 높은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국은 EU와 컨소시엄을 맺고 지속가능한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ASSA)을 추진하는 등 CBAM 도입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도 이 같은 국제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9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프랑스의 파스칼 캉팽 의원은 현재 t(톤)당 80∼85유로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약 100유로(약 13만8500원)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2만 원대인 한국과는 최대 7배 차이가 나게 된다.
앞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18일(현지시간) EU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ETS) 개편과 CBAM 최종 타협안을 두고 합의를 타결했다. EU는 이번 개편에 따라 ETS 적용 분야의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2005년 배출량 대비 43%에서 62%로 크게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역외 수출기업에 적용하는 CBAM 시행 확정에 따라 ETS의 무료 할당제도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CBAM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의 연계된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ETS와 연동해 관세를 징수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수입업체는 생산 공정과 관련된 탄소배출량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 배출량이 유럽 표준을 초과하는 경우 EU에서 배출인증서를 취득해야 한다. ETS에서 결정된 탄소 가격에 따라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비용이 부과된다.
내년 10월부터 적용되지만 실제 관세는 약 3~4년 정도의 전환기간이 지난 후에 부과될 전망이다. CBAM이 본격 시행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철강업계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43억 달러(약 5조 6000억원)를 EU에 수출했다. 다른 CBAM 품목보다 압도적으로 수출액이 높다. 알루미늄은 5억 달러, 비료는 480만 달러, 시멘트는 140만 달러를 수출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간 유럽과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1일 가격 최대 차이인 55.4달러로 계산하면 알루미늄산업은 21.9%, 철강산업은 20.6%의 대(對)EU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이 10만원 이상 차이나면 수출 감소효과는 이보다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아직 CBAM 관련 마땅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CBAM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국내에서 적용되는 배출권 가격과 환경 부담금 등을 인정받고 비용을 감면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GASSA를 참고해 공조 방안을 물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EU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취지의 GASSA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에도 EU에 GASSA 제안서를 보냈는데 내년에 컨소시엄 구성이 합의될 전망이다.
GASSA 컨소시엄 구성원이 되면 CBAM과 중복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CBAM 관련 일부 면제와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GASSA는 미국과 EU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국을 겨냥하고 추진하는 협정이기 때문에 한국도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EU의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고 수용하더라도 추후 조율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도 "만약 최종적으로 컨소시엄이 구성될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GASSA에 포함되어서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신규섭 연구원은 "GASSA는 CBAM과 별개의 합의지만 GASSA가 시행되면 철강 관련 관세 부분은 일부 면제 혹은 감면될 수 있다"면서도 "아직 미국과 EU가 협의 중인 사안이라 논의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 연구원은 "현재 무역협회는 CBAM 관련 EU 수출 품목 통계를 내고 있다"며 "CBAM 전환 기간 동안 대상 품목들이 확정되는 등 구체화되는데 우리 입장을 최대한 EU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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