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는 '순항' Vs 항우연은 조직 내홍에 '흔들'
기사내용 요약
다누리, 17일 달 임무궤도 1차 진입기동 성공…임무 성공 '청신호'
우주서 순항 중인데…항우연, '조직 개편' 두고 내홍 심화
고정환 본부장 이어 옥호남 센터장까지 사퇴 의사 표명
항우연 "발사체 개발 사업 연구소서 지속 가능…중책 계속 맡아주길"
과기정통부 "의견 논의하면 충분히 잘 해결될 것…필요 시 조언하겠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총 594만㎞의 비행 끝에 무사히 달 중력의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명실상부 진짜 '달 궤도선'이 됐다. 지난 8월 발사된 이후 4개월에 걸친 비행 동안 한 차례의 위기도 없이 순항하며 달에 도착하게 됐다.
반면 다누리를 발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이같은 순항이 무색하게 내홍에 휩싸였다. 다누리에 앞서 우리나라를 우주 강국 대열에 올려 놓은 '누리호'의 영웅들이 조직 개편에 반발하며 잇달아 사퇴 의사를 밝힌 것. 과학기술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관하고 있는 사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누리, 1차 달 궤도 진입기동 성공했는데…항우연, '누리호 영웅'들 사퇴 의사
항우연, 발사체본부→발사체연구소로 개편…"연구원 잘리는 것 아냐, 신규 사업 추진 위해
이제 다누리는 오는 28일까지 4차례의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추가 진행한 뒤 29일 달 궤도 안착 최종 성공 여부를 가리게 된다. 달 중력에 포획되는 가장 어려운 1차 기동을 무사히 끝마친 만큼 최종 성공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다누리가 무사히 임무궤도에 안착해 1년간의 임무를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소련(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에 이어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처럼 다누리가 우리나라 우주 역사에 한 획을 긋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다누리 발사를 책임지는 항우연 조직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다누리 발사에 앞서 지난 6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주역들이 최근 진행된 조직 개편에 반발하며 잇달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호 발사를 총괄한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지난 12일 단행된 조직 개편에 반발하며 과기정통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를 통해 "항우연은 조직개편을 공표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 기존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 본부장 외에도 부장 5명 등 누리호 개발을 주도했던 실무진들도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항우연의 조직개편안은 5개 부서와 산하 15개 팀으로 이뤄졌던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2개실·6개부서·2개 사업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연구소로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본부 체제와는 달리 팀 단위가 모두 사라졌는데, 인사권이 없는 '임무리더(Task Leader)'가 팀장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고 본부장을 비롯해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들은 이렇듯 조직 개편이 이뤄지며 누리호 사업을 이끌어온 발사체개발사업본부가 사실상 해체됐으며, 더욱이 과기정통부가 낸 6월까지 한국형발사체 연구개발조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까지 무시하면서 조직 개편안을 묵인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차세대 누리호 사업, 발사체 고도화 사업 등 대규모 사업들을 동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수순이라며 조직 개편안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누리호·나로호 사업과 달리 차세대발사체 사업은 사업 착수 시부터 체계종합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선정해 공동으로 진행돼 민간과의 협업 등을 위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발사대 운영 맡는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까지 사퇴 의사…과기정통부는 '낙관'만
옥 센터장 또한 이번 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하기 위해 지난 16일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우주센터가 향후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서 민간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담당하는 만큼 옥 센터장의 사퇴도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우주 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항우연의 내홍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일단 신중하게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고 본부장의 사퇴를 비롯한 항우연 내홍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장관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서로 의견 차이가 있어서 그런 일(내홍)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며 "각자 의견을 논의하면 충분히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고 본부장이 계속 중책을 맡아서 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부장이나 항우연 입장이나 국가의 대의, 우주 기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발전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충분히 동의할 것"이라며 "(항우연) 원장과 본부장 모두 기술 엔지니어, 과학자 출신이고 자기가 해온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텐데, 그 자부심을 가지고 상대방과 토론하다 보면 항상 벽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차이점이 더 탄탄하고 실수를 줄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에 그런 관점에서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가 항우연 인사나 조직 개편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차세대발사체사업, 다누리 발사 이후 달 착륙선 계획, 우주항공청 신설 등 우주개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관인 항우연이 흔들리게 된다면 사업 추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 장관은 항우연 내부에서 내홍 수습을 위해 최대한 협의하되, 국가적인 대의를 위해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조언 정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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