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이자 어쩌나"…카드 리볼빙 잔액 1년새 1조2000억 늘어

김정은 기자 2022. 12.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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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7개 전업 카드사 리볼빙 이월 잔액 7조2105억원
하반기 이후 매월 1000억원↑…"부실 위험 높아질 가능성 커져"
2021.12.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30대 A씨는 급한 생활비는 줄곧 리볼빙 서비스로 메꿔왔다. 하지만 리볼빙 수수료가 어느새 10%를 훌쩍 넘어가면서 이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A씨는 당장이라도 돈을 마련해 리볼빙부터 갚아야겠단 생각이지만, 다른 대출로 현금서비스는 물론 카드론까지 모두 막혀버려 답답하기만 하다.

경기 불황의 새로운 가늠자로 떠오른 신용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이 1년 새 20%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된 데다 카드사들이 비용 감축을 이유로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을 줄이면서 리볼빙으로 일부 수요가 옮겨간 탓이다. 리볼빙이 가계 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105억원이다. 직전 달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1349억원 늘어난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5조9897억원)과 비교하면 1조2208억원이 증가했다.

리볼빙이란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액은 다음 달로 이월하는 제도다. 신용카드 연체를 막기엔 유용하지만, 카드론보다도 이자가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리볼빙 서비스의 주 이용자가 당장의 카드값을 갚을 여력도 없는 취약층이란 점도 부실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매월 집계되는 리볼빙 잔액은 차주가 갚지 않은 금액이 다음 달로 넘어가 합산되는 만큼 보통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리볼빙 이월 잔액이 7조원을 가볍게 넘어선 데다, 월별 증가 폭도 올 초 대비 67%가량 커지면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7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원을 소폭 웃도는 정도였다.

매월 리볼빙 금액 증가 폭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월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증가액은 직전 달 대비 80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3월엔 직전 달과 비교해 1395억원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매월 1000억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7월 1183억원 증가를 시작으로 8월엔 1448억원, 9월 1279억원, 10월 1378억원이 직전 달과 비교해 늘었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리볼빙 잔액은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해 말과 대비해 20%가량 불어났다는 건 상당히 큰 증가세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리볼빙은 이용하는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취약층이 많은데 리볼빙 잔액이 많이 증가한다는 건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문제는 리볼빙 수수료율이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오는데, 여전채 금리가 상당폭 오르면서 카드사들은 건전성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축소하거나, 리볼빙 수수료율에서 일종의 할인 혜택인 조정 금리를 낮추는 식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7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총 2.25%포인트(p) 올린 데다 지난 10월 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여전채 금리가 뛰었다. 최근 들어 급등세는 진정된 모습이지만 지난 16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5.581%로, 올 초(1월 3일·2.420%)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내년에도 한은이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전채 금리가 이른 시일 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0%p 올리면서 한미 금리차는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한미 금리차가 유지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대거 일어날 수 있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내년 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이유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커지면서 내년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고 여전채 금리도 다시 출렁일 것"이라며 "카드론은 DSR에 포함되고,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혜택을 줄임에 따라 당장 금액을 지불하기 힘든 취약층은 리볼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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