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100%' 전대 룰, 與 당원 여론조사마저 생략한 '마이웨이'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당원투표로만 선출하도록 한 당대표 선출 규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책임당원의 권한을 늘리고 진정한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내에서는 일반 민심과 멀어지고 당원 민주주의 대신 줄세우기 계파 정치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당의 헌법이나 마찬가지인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과정이 마치 작전을 수행하듯 공론화 작업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석 "당원투표 100% 선출, 결선투표제도 도입"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당헌개정안 및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개정안을 비대위 만장일치로 의결해 상임전국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위한 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100% 당원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당원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인 당대표 선출규정을 당원투표 100%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또 정 비대위원장은 "당원들의 총의를 확인하고 당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안을 담았다. 또 각종 당내 경선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 없는 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이른바 역선택 방지조항 의무 규정"이라고 말했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당대표 후보자가 없는 경우, 1위와 2위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도입하는 결선투표제도 의결된 것이다. 역선택 방지조항은 이번 당대표 선출과는 무관하지만, 추후 대통령 후보 경선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비대위는 오는 20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규정상 최단기간인 3일의 공고일을 거쳐 오는 2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당원 의견 모았다"지만, 당원조사 생략 "열성 지지층만 들은 것" 비판도
'당심 100% 선출'은 당내 친윤계와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방안이지만, 계파색이 옅거나 비윤계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들, 심지어 보수 언론에서조차 시기와 방법을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슈다. 비윤계의 대표주자이자 일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받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규칙 변경으로 비춰진다는 지적부터, 중도·수도권 민심과 괴리되고 계파 줄세우기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 내용들이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위인설규칙(爲人設規則)이라니, 그런 발상은 윤 대통령의 정치력과 포용력을 모독하는 행태"(18일 서병수 의원), "룰 개정에 신중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저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다. 절박한 수도권 의원으로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유불리만 생각한 것"(19일 윤상현 의원), "후보자들은 투표권이 있는 당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당협위원장을 줄세우기하려는 강력한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19일 허은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당원 여론조사로 정확한 당원들의 마음을 파악해 확실한 명분을 쌓고, 이를 전당대회 규칙 개정에 반영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끝내 이 절차는 생략됐다. 18년 동안 이어 왔던 당헌당규 사항을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른 지 한달 여만에 바꾸고, 비대위 결정 뒤 최단 기간 전국위 등 의결 일정을 진행하는 현 상황은 과거 국민의힘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간 국민의힘은 당헌당규 필요성이 있을 경우, 연구특위 명목으로 일정한 조직을 만들고 여기서 관련 논의를 구체화하고 공론화 하는 단계를 거쳤었다. 변화를 대하는 보수정당 특유의 신중한 태도였다.
그러나 '진정한 당원 민주주의라면, 전당원 대상 여론조사와 같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위원장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우리 당원들과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서 압도적 의견으로 모아진 것을 저희가 확인하고 오늘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관계자도 "당원들과 문자도 주고받고 통화도 많이 하고 있는데, 100% 당원 투표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다"며 "굳이 별도로 확인할 필요성은 낮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의 답변과는 달리 지도부 및 소속 의원들과 직접 소통이 되는 당원들의 성향은 한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행사에 나오거나 직접 문자·전화로 소통하려는 당원들은 그야말로 열성 지지층"이라며 "이들의 의견만 들은 것이 충분한 지 의문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자신이 없어 규칙을 바꾸려는 것처럼 비춰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 당협위원장 시스템에서 직접 소통이 가능한 당원 규모는, 관리가 잘되는 당협 기준으로 최대 천 명 정도라는 게 당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가 의결한 개정안이 당 전국위에 상정돼므로 여기서 당원들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지만, 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국위의 구성은 당 소속 의원, 지자체장·지방의회 의장, 당협위원장 등 당 주류와 궤를 같이하는 인사들이 다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서는 룰 개정 강행을 택한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속된 표현으로 당 대표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자칫하다가는 국민들 여론이 악화되고 대통령께도 부담이 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다선의원도 "이번 결정은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려다가 오히려 유 전 의원의 반윤 프레임을 강화시켜주고 덩치만 키워주는 꼴"이라며 "중도층, 외연확장 전략은 아예 저버린 것 같아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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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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