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손태승의 딜레마

오상헌 기자 2022. 12. 20. 05: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고민이 길어지는 데에도 이런 사정이 적잖이 작용하는 것 같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고 지주사 재설립 후 4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주주(주인)가 없는 기업과 금융회사의 최근 CEO(최고경영자) 인사 과정과 정부당국의 메시지를 보면 짚이는 게 몇 가지 있다. '정부는 새로운 사람을 바란다', '이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CEO를 선임해야 한다', '특정 인사를 앉히는 인사개입은 않겠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말이다. 금융 CEO 리스크 관리는 감독당국의 '책무'라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요컨대 규제산업인 금융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사회가 CEO를 잘 뽑는지 감독당국이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모두의 예상을 빗겨 간 신한금융그룹 회장 인사 결과가 그랬다. 회장 교체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과거 정부들이 인사권 남용으로 곤욕을 치렀는데 설마 그랬겠냐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전임 정부의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마당이다. 이렇게 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같은 정치적 외압은 없다"고 단언한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민간 회사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직접적인 인사 개입은 없었으니 말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고민이 길어지는 데에도 이런 사정이 적잖이 작용하는 것 같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고 지주사 재설립 후 4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연임 명분도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과 출신은행(한일·상업)간 해묵은 갈등 해소, 세대교체를 위한 승계구도 마련 등 산적한 과제 해결을 염두에 뒀지만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라임펀드 제재(문책 경고)가 확정돼 소송 없이는 연임이 어려워졌다.

문제는 연임에 도전하기도,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딜레마 상황이다. 징계효력정지 가처분은 곧 연임 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DLF(파생결합상품) 소송처럼 시비를 다투겠다는 건데 정부와 싸우려면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다. 조직이 흔들릴 위험과 혹여 모를 우발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당국의 징계안을 그대로 수용해도 문제가 남는다. 업무상 배임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이 다른 금융회사와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DLF 소송으로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라임 소송을 포기하는 것도 모양새가 어색하다.

가처분을 내지 않고 본안 소송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역시 걸리는 게 많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연임 불가)가 발생하는데도 가처분을 포기하면 정작 본안 소송에서 불리해 질 수 있다. 방어권 강화 차원에서도 가처분부터 본안 소송까지 징계 부당성에 대한 체계적인 논리와 법리로 대응하는 게 손 회장 입장에서 유리해 보인다.

지금으로선 장고의 결과물이 어떨지 짐작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단순히 연임이냐, 낙마냐의 이분법 구도로만 볼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바람직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금융사고 관련 CEO의 책임 범위, 관련 법·제도 정비, 금융CEO 인사 기준과 원칙 등 하나하나 모두 중요한 이슈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복합 방정식이다. 그래서 매듭이 어떻게 풀릴지 더 궁금하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