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돌아온 채권펀드…장기 국채·단기 회사채 돈 몰린다

김사무엘 기자, 김남이 기자 2022. 12. 2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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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2.3조원 발행 재개…"금리 하향 안정화 기대"


자금 유출이 지속됐던 채권펀드에 다시 온기가 돈다. 시장 금리 상승세가 한 풀 꺾이고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채권의 투자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기 돌아온 채권펀드…시장은 금리 하락에 '베팅'

1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외 국공채에 투자하는 펀드(MMF 제외, 혼합형 포함)의 총 설정액은 5조273억으로 한 달 새 54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외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혼합형 포함)의 설정액 역시 최근 한 달 간 838억원 늘어난 3조8087억원을 기록했다.

채권펀드는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인 자금 유출을 겪었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투자금 상당수가 주식시장으로 옮겨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해 국공채 펀드에서는 4354억원, 회사채 펀드에서는 1조4731억원의 자금이 유출됐고 한 달 전까지 이 기조는 계속됐다.

최근 한 달 사이 채권펀드로 자금이 돌아온 것은 채권 가격이 바닥을 형성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지난 10월21일 4.495%를 찍은 뒤 지난 16일에는 3.539%로 약 1%포인트 하락했다.

10년물 역시 같은 기간 4.632%에서 3.36%로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미국채 수익률도 지난달 초 상단을 찍고 하향 안정화하는 중이다. 금리 채권 금리(수익률)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의 피크아웃(고점 통과)은 채권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는 의미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지만 시장은 기준금리 최종 수준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예고에도 시장금리는 일괄적으로 상승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결국 잡힐 것이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기간에 중단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주식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의 투자매력이 더 부각되는 중이다. 박 연구원은 "경기침체 전망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채권 매수 유인이 강하다"며 "단기적으로 확인되는 경기지표들이 경기침체 우려를 키운다면 연준의 매파적 입장에도 시장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공채는 장기, 회사채는 단기

채권펀드 안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난다. 국공채는 장기, 회사채는 단기물 위주로 자금이 몰린다. 부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공채는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기채에 투자한다. 반면 회사채는 국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신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기채가 더 선호된다.

'삼성ABF Korea인덱스' 펀드는 최근 한 달 새 설정액이 760억원 늘어 국공채 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ABF(아시아채권기금)이 투자하고 있는 한국 채권 펀드 지수(iBoxx ABF Korea Index)를 추종하는 펀드로 평균 잔존만기는 약 8년이다.

펀드의 98.8%를 장기 국채에 투자해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 극대화를 노린다. 최근 한 달 간 코스피 지수가 4.8% 하락할 동안 이 펀드는 3.44% 상승했다.

국공채 비중이 56% 'ACE 종합채권(AA-이상)KIS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는 한 달 동안 설정액이 264억원 증가했다. 듀레이션(채권 원금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5.5년이다.

중장기 국공채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트러스톤중장기' 펀드 역시 이 기간 85억원이 유입됐다. 중장기 국채 ETF인 'TIGER 중장기국채'와 'KBSTAR 국채선물10년'도 설정액이 늘었다.

회사채는 주로 단기물 위주로 자금이 몰렸다. '우리하이플러스채권'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상 채권과 'A3-' 이상 CP(기업어음)에 주로 투자한다. 듀레이션은 0.7~1.3년으로 짧다. 국공채 대비 높은 단기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단기채 위주로 신용위험을 낮춘 전략이다. 이 펀드에는 최근 한 달 간 335억원이 유입됐다.

만기가 짧은 회사채 위주로 투자하는 '현대트러스트단기채', '한국투자 e단기채ESG',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 등도 같은 기간 설정액이 소폭 늘었다.

돌아온 은행채…"금리 하향 안정 기대"

한편 채권시장에는 그동안 잠시 발행이 중단된 은행채가 다시 돌아오면서 회사채 금리도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은행채는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빨아드리는 블랙홀로 지목되면서 지난 10월 하순부터 사실상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은행권과 함께 '제3차 금융권 자금흐름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금 조달·운용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기존 은행채의 만기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은행채 발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우선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2조3000억원 규모의 은행채 차환을 위해 채권이 발행될 예정이다.

통상 채권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 가격은 하락(금리 상승)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솟았던 채권 금리가 하향 안정화한 상태에서 은행채가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될 경우 금리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바로 신한은행이 2500억원, 우리은행이 2800억원을 발행했다. 오는 20일 만기도래 물량의 차환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민평금리보다 더 낮게 나왔다"며 "(은행채 발행 재개는) 금리를 더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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