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월동 연료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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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때, 아버지는 서둘러 연탄부터 장만했다.
연탄이 '국민 연료' 역할을 하던 1950∼1980년대 우리네 겨울은 연탄으로 시작해 그 소모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경제 한파에다 때 이른 혹한까지 겹치다 보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물음이 새삼 귀하게 다가서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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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때, 아버지는 서둘러 연탄부터 장만했다. 뒤뜰 처마 밑에 쌓여있는 연탄 더미를 보노라면 괜스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김장까지 마치고 나면 식구들 월동 준비는 거의 끝난 셈이 됐다.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연탄을 갈아주는 등의 수고와 불편이 뒤따르기는 했으나, 엄동설한에 뜨끈하게 데워진 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연탄 덕이었다.
간식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때, 연탄 화덕에서는 고구마, 밤이 노랗게 익어갔고, 학교 앞 구멍가게의 연탄불 위에서는 ‘달고나’ 설탕이 달아오른 국자 속에서 지글지글 녹았다. 제 몸을 다 태운 연탄재는 달동네 비탈의 빙판길 위에 부서져 미끄럼 사고를 예방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
연탄이 ‘국민 연료’ 역할을 하던 1950∼1980년대 우리네 겨울은 연탄으로 시작해 그 소모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가스 중독사고가 끊이지 않아 창호지에 바람구멍을 내놓고 잠드는 등 위험 소지도 적지 않았으나, 온돌 구들장을 덥히는 데는 그만한 난방재가 없었다.
연탄은 산림녹화에도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 전국의 야산은 가난하고 고단한 국민들의 연료 창고였다. 장작이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솔방울, 낙엽까지 긁어모아 땔감으로 사용했으니 나무가 남아날 틈이 없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붉은 속살을 드러낸 민둥산 보기가 민망했던 시절에 연탄이 등장, 국민 난방재로 대체되면서 헐벗은 산은 비로소 푸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가 ‘한강의 기적’ 이상으로 경탄하는 산림녹화의 시작 또한 연탄이었던 셈이다.
다시 엄동의 계절이 찾아오니 여기저기서 ‘연탄 나눔’으로 분주하다. 십시일반 성금으로 연탄을 제공하는가 하면, 살을 에는 한파를 무릅쓰고 배달 봉사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릉시 직원들도 최근 1만6000장을 기탁하고, 4000장은 직접 배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경제 한파에다 때 이른 혹한까지 겹치다 보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물음이 새삼 귀하게 다가서는 겨울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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