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팬덤 세계관 '디토'…뉴진스 뮤비서 이와이 슌지가 보이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몽글몽글한 'Y2K'(190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밀레니얼) 감성과 'Z세대' 감성의 아련하고 낭만적인 만남은 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통했다.
올해 여름 첫 EP로 신드롬을 일으킨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지난 19일 공개한 새 싱글 '디토(Ditto)'는 뿌연 향수의 애틋함을 과하지 않은 세련됨의 그리움으로 승화한 장면들이 줄을 잇는다.
뉴진스 제작자인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누렸고 거쳐왔고 그리워하는 문화 경험이 뉴진스라는 완벽한 피사체를 통해 구현되는 세계관. 민 대표와 동시대를 살아온 40대 초중반은 그래서 그녀와 함께 뉴진스를 순수하게 애틋해하고,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은 신선한 아련함을 느낀다.
지난 7월22일 공개된 데뷔 EP '뉴 진스(New Jeans)'의 타이틀곡 '어텐션(Attention)' 뮤직비디오는 청량한 음악 감성과 Y2K 스타일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효과를 냈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디토' 뮤직비디오는 서사와 연출적인 요소로 그 느낌을 끄집어낸다. 영화, 광고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참여해 1, 2부로 연결된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는데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감성 영화를 즐겼을 이들이 좋아했을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영화 느낌이 가득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 등은 '러브 레터'와 '하나와 앨리스'처럼 '화이트 이와이' 영화에서 출렁이는 장면들이고 미스터리한 풍경은 '릴리슈슈의 모든 것'처럼 '블랙 이와이' 영화에 담긴 고독한 정경들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디토' 뮤직비디오에 계속 등장하는 캠코더로 찍은 듯한 느낌도 준다.
무엇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새천년을 앞두고 어른 되기의 불안함 혹은 어른의 상실감을 주로 그렸다. 민 대표와 신 감독은 깨끗한 이미지의 도화지 같은 뉴진스 멤버들로부터 이런 아련함을 스케치해낸다. 여기에 한국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를 변주한 반전은 단순한 낭만을 넘어 슬픈 기억 너머의 근원적인 존재를 더듬거리게 만든다. 뮤직비디오엔 사슴이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하는데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보는 그 사슴은 근본적인 향수 또는 자화상을 뜻하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뉴진스 다섯 멤버들의 모습을 항상 캠코더로 담는 인물 '반희수'다. 그는 바라보고 응원하는 자인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를 뜻한다. 반희수와 버니즈 단어 사이엔 묘한 언어유희도 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배우 박지후가 희수 역을 맡았다. 희수는 팬덤과 스타가 단순히 서로를 응원하는 걸 넘어 "미로 안으로 들어가"(Walk in this 미로) 때로는 상실도 겪을 수 있다는 걸 은유한다.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Class) 1'의 배우 최현욱이 연기하는 이성 친구도 팬심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아련함과 상실을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우효가 작사에 힘을 보탰다. 뉴진스 멤버 민지도 작사에 힘을 실었는데 뮤직비디오 속에서 희수에게 전화를 거는 친구가 민지라는 점이 연관성을 만들어낸다
'디토'가 미국 볼티모어 클럽 댄스 뮤직 장르를 재해석한 곡이라는 점이 그래서 옳다. 미국 DJ 겸 프로듀서 로드 리(Rod Lee)의 '댄스 마이 페인 어웨이(Dance My Pain Away)' 등으로 대표되는 볼티모어 댄스 뮤직은 터프한 볼티모어 지역에서 생겨난 특유의 아련함과 애틋한 두근거림이 있다.
앞서 '뉴 진스'에 대거 힘을 실은 DJ 겸 프로듀서 이오공(250)이 속한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 And Natives Alike·BANA·바나)에게 특화된 장르이기도 하다. 역시 예상대로 이오공과 '뉴 진스'에 함께 힘을 실었던 스웨덴 작곡가 일바 딤버그(Ylva Dimberg)가 이번 '디토'에 참여했다.
올해 초 이오공이 명반 '뽕'을 발매했을 당시 만난 자리에서 그는 볼티모어 지역에서 생겨난 댄스음악의 정서에 대해 톺아봤다. "위험하게 사는 사람들의 댄스음악"이라는 것에 끌렸다는 이오공은 '댄스 마이 페인 어웨이'에 대해 제목 그대로 '나의 고통을 춤으로 날려버리는', 우리나라 시(詩)로 치면 (조지훈의) '승무' 같은 정서라고 했다.
슬프지만 슬픔을 붙잡고 울고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 하는, 털어내기 위해서 추는 춤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다행히 버니즈에겐 자신들을 위해 춤을 추는 뉴진스가 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가 증명하듯 둘은 상호의존적 관계가 아니다. 함께 하지만 서로를 잃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하는 독립적인 관계다. 그래서 서로를 더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존재. "라-타-타-타(Ra-ta-ta-ta)" 울리는 심장을 가지고 불안한 청춘 아니 우리네 인생의 미로를 그럼에도 걸어나갈 수 있는 이유다.
'디토'는 뉴진스가 내달 2일 발매하는 새 싱글 'OMG'의 수록곡이자 선공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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