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걱정 뚝"... 베트남에서 글로벌 공급망 해법 찾은 충북
국내 유일 희토류 업체 KSM에 5년간 원료 안정적 공급
"충북 세계적 희토류 중심지 도약 마중물" 기대감
베트남 북부 요충지 타이빈성과 우호교류 협정
유통업체 K-마켓서 충북 농식품 안테나숍 운영
충북도가 첨단산업 필수 소재인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베트남에서 찾았다. 지난 5일 한·베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희귀 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 거둔 성과여서 국내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베 정상간 희귀광물 협력 조인 후 첫 성과
충북도대표단(단장 김영환 충북지사)은 15일 베트남 하남성의 희토류 전문 업체인 ㈜VTRE에 방문해 호주 ASM, 한국 KSM메탈스 등과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VTRE는 베트남 내 희토류 광산을 신속 개발하고, 자체 생산한 희토류 원료(화합물)를 내년부터 5년간 KSM메탈스 청주 오창공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 규모는 약 5,000만 달러 어치다. 자국 내에 희토류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VTRE는 희토류 화합물과 연마제 제조, 희토류 재활용 전문 기업이다.
충북도는 VTRE와 KSM메탈스의 원활한 희토류 공급과 상업적 거래를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국내 유일의 희토류 및 희소금속 제조업체인 KSM메탈스에 안정적인 원재료를 공급하고 국내 희토류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KSM메탈스는 지난 5월 청주 오창공장(연간 7,500톤 생산)을 준공, 가동에 들어갔다. 9월에는 충북도와 청주시, 산업은행이 KSM메탈스와 함께 희토류 전문단지 조성과 기업체 유치를 위해 손을 잡았다.
쇄빙선처럼 희토류 시장 선점 루트를 뚫다
김영환 지사는 이번 협약을 쇄빙선에 비유했다. 협약식에서 그는 “얼음을 부수고 뱃길을 내는 쇄빙선처럼, 오늘 협약은 충북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희토류 중심지로 성장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충북의 희토류 단지를 생산과 관련 산업, 연구·교육이 모두 어우러진 희토류 메카로 키워가겠다”고 포부를 펼쳤다.
르우 아인 뚜언 VTRE 대표이사는 “관련 기업과 지방 정부, 지원 기관들이 합작하면 세계 수준의 희토류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희토류는 휴대폰 전기차 등 미래 핵심산업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이다. 첨단산업 분야 전반에 두루 필요해 ‘21세기 최고 전략자원’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이 글로벌 공급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어 각국은 공급망 국산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점점 넓어지는 충북의 '지방 외교'
충북도대표단은 이날 베트남 타이빈성과 우호교류 협정을 맺는 등 지방 외교의 품도 한껏 넓혔다. 협정을 통해 양측은 경제무역, 산업노동, 문화관광 등 각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양기분 충북지회장과 호앙 띠 홍 타이빈성 여성기업협회장은 상품전, 무역전시회 등에 회원 업체가 공동 참여하는 기업교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타이빈성은 베트남 북부 요충지로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경제특구로 선정된 뒤 기업 유치가 잇따르며 산업 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충북대표단을 맞은 타이빈성 측의 관심은 각별했다. 당서기와 성장 등 고위직들이 대거 나서 투자전략 등을 소개했고, 업계 관계자들은 양 지역 상호 방문과 기업체 교류를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충북산 농식품의 베트남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충북대표단은 16일 하노이의 K-마켓 본사에서 ‘충북 농식품 수출 증대를 위한 상호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K-마켓은 내년부터 주요 매장에 안테나숍(상품판매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이나 도매상이 직영하는 소매점)을 개설, 맛과 품질이 우수한 충북 특산품과 가공식품을 전시·판매한다. 이곳엔 충북의 대표 김치업체인 ㈜예소담, ㈜이킴 제품이 대표 품목으로 입점, 김치 한류 열풍을 이끌 참이다. 여기에 ‘맹여사홍삼’ ‘더맘’ ‘명전바이오’ ‘한가골’ ‘유니웰’ 등의 건강식품과 바이오, 장류 제품, 화장품이 차차 합류할 예정이다.
K-마켓 관계자는 “우선 하노이 도심의 한국인 밀집지역 매장에 1호 안테나숍을 열고 판매를 시작한 후 반응이 좋으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마켓은 베트남 내 136개 대형 매장을 갖고 동남아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유통 업체로 알려져 있다.
"지역 산품 파는 '장돌뱅이' 되겠다"는 도백
이번 매장 개설은 김 지사가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성사시켰다. “‘장돌뱅이 지사’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 지사는 한·베 경제포럼 참석차 방문한 하노이에서 고상구 K-마켓 회장을 만나 즉석에서 안테나숍을 제안하고, 매장 운영 약속을 받아냈다.
김 지사는 “지역 산품을 파는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장돌뱅이’로 나설 각오가 서 있다. 이번 안테나숍 개설을 기화로 충북의 우수 농식품이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전체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노이= 글 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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