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숨막힌다”… 대출 갈아타기 10배 늘어 1080억
신용대출 6800만원을 안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적용된 금리를 통보받고 “한숨이 나오더라”고 했다. 올 4월에 대출받을 때는 연 3.4%였는데 7개월 만에 연 5.92%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 달 이자가 20만원에서 34만원으로 불었다. 주택담보대출 2억원까지 갚는 중이라 “이자에 깔려 숨도 못 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토스, 핀다, 카카오페이 등 대출 중개 플랫폼을 뒤져서 연 5.02%인 지방은행 신용대출로 최근 갈아탔다. “내년에도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하니 더 큰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들이 급등하는 이자의 덫에 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7월과 10월에 한국은행이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 이후로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9일 대출 중개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09건이었던 대환대출 건수는 3분기(5660건)에 10배 급증했다. 금액도 95억7040만원에서 1079억6438만원으로 10배 늘었다.
◇대출 플랫폼마다 갈아타기 북새통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연 8%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만 2.25%포인트나 올랐다. 예상치 못한 고금리에 파랗게 질린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을 낮추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출 금리나 한도를 조회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핀다의 경우 지난 3분기에 한 달 이내에 대출금리와 한도를 다시 조회한 이용자가 1분기보다 82%나 급증했다. 핀다 관계자는 “금리 부담과 주식, 부동산 침체로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음) 같은 신규 대출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대부분은 이자를 아끼려는 ‘대환(대출 갈아타기)’ 목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개인 간 금융’으로 불리는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대출로 갈아타려는 대출자들도 급증했다. 국내 1호 P2P 업체인 ‘8퍼센트’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대출 목적의 금리 조회 건수는 73만6422건으로 2014년 서비스 출시 이후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9만건에 그쳤다. P2P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0% 초반 수준으로 법정 최고 금리(연 20%) 턱밑까지 오른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부업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다.
◇대출 갚으려 청약 통장 깨는 지경
대출 부담이 커지자 이자율이 연 2.1%에 불과한 청약 통장을 깨서 대출을 갚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1만990명이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 통장)을 해지했다. 2009년 청약 통장 출시 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연 6~7%대로 뛴 데다 분양 시장까지 침체되자 청약 통장이라도 깨서 빚부터 갚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가계 대출 잔액 18년 만에 감소
이런 상황이라 “빚 갚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자 여윳돈이 생기면 서둘러 빚을 갚는 대출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693조6469억원으로 작년 12월 말(709조529억원)보다 15조4060억원 감소했다. 2004년 공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초 연 4%대 고정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고, 은행·빅테크가 뭉친 대환대출 플랫폼이 나온다면 고금리에 허덕이는 대출자들의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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