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시대, 외로운 시대 [광화문]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시청률 50%를 넘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공통의 관심사가 줄어들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2'가 소비 트렌드 1번으로 '나노 사회'를 언급했을 정도로 지금은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접하는 시대다. 개성이 잘 충족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가 파편화되고 각자도생 분위기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얼마 전 관련한 어두운 뉴스가 있었다. 14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378명으로, 전체 사망의 1%를 넘었다(1.1%) 사망 사례는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로 특히 남성의 연평균 고독사 증가율은 10%다. 50~60대가 많다. 고독사는 주변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자살 포함), 시신이 일정 시간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이번 통계는 중앙 정부가 '고독'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해외를 보면 이미 우리보다 앞선 움직임이 눈에 띈다. 영국은 2018년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했고, 지난해 일본도 세계 2번째로 고독·고립 담당장관을 두기 시작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 따르면 장기간 고립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주고, 사회적 고립·고독은 수명을 15년까지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올해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 2008년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등 범죄 배경에 고립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둘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자살 문제를 겪었던 일본은 다양한 관련 통계도 만들고 있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2주일에 1회 이하 대화한다'는 응답은 2.2%였지만, 65세 이상 혼자 사는 남성만 보면 14.8%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금의 4년 전인 2018년 내각부의 13~29세 대상 조사에서는 '고민이 있어도 누구와도 상담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19.9%였다. 이 조사는 7개 나라에서 진행됐는데 최고치인 일본 다음은 한국(12.2%)이었다. 고령자만의 문제도, 일본만의 문제도 아니다.
영국 외로움부 장관과 일본 고독·고립 담당장관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난해 첫 회의에서 입을 모았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로움 문제 관련해 1조원 넘는 기금(7억5000만 파운드)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외로움부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역민들의 건강·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한 단체(BS4C)는 기금 지원을 받아 공동체 바비큐 등 지역 내 사람들이 대면할 기회를 만들었는데, 외부 활동이 뜸했던 한 70대 여성은 또래를 만날 수 있게 됐고 혼자 사는 다른 사람도 친구를 사귀게 됐다. 보고서는 "참가자들이 표현한 행복감은 '서로를 돌본다는 것'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고령화와 결혼이 줄어드는 시대, 이제 33%를 넘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해 우리 사회도 외로움 문제에 점점 관심을 가질 상황이 됐다. 초점은 동거 여부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과의 연결 여부다. 경제력이 삶에 중요한 일부인 것처럼, 사람과의 연결 정도 역시 중요하다. 소득 문제에 정부가 지원 나서듯, 고독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외로움 문제는 우선 개개인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의 비영리단체 '당신의 거처' 이사장인 오오조라 고우키는 지난 10월 닛케이 비즈니스에서, 다른 사람의 외로움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는 행동으로 '듣기'와 적절한 '참견'을 꼽았다. 주변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또 그걸 받아줄 필요가 있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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