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마세요, 메시처럼
펠레·마라도나 다 넘었다… 메시 “챔피언으로 더 뛸 것”
리오넬 메시(35)는 늘 아르헨티나를 사랑했다. 13세에 아르헨티나를 떠나 스페인에 둥지를 틀었어도 마음에 늘 조국이 있었다. 메시는 축구를 ‘풋볼’(Fútbol)이 아니라 ‘풀보’(fúlbo)라고 발음한다. 발음이 미묘하게 다른 유럽식 스페인어와 아르헨티나식 스페인어 중 후자를 쓰는 것이다. 10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스페인에서 지냈어도 그렇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메시를 ‘유럽 깍쟁이’처럼 대했다. 조용하고 나서지 않는 메시의 차분한 성격이 아르헨티나의 화끈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2020년 세상을 떠난 디에고 마라도나의 화통함을 그리워했다. 아르헨티나 사람에게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원맨쇼’로 우승을 안겨준 국가적 상징이다. “모든 아르헨티나인은 마라도나와 울었다. 하지만 메시와는 함께 울어본 적이 없다.” 아르헨티나에서 둘을 설명하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다.
국제 대회에 나설 때마다 매번 마라도나와 비교당해야만 했던 메시는 2006 독일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4번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 많은 비난을 받았다. 메시의 아들이 ‘아르헨티나는 왜 아빠를 죽이려 해?’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6년(29세)에 반년 동안 대표팀에서 은퇴했을 정도로 심적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대회라고 밝힌 2022 카타르 월드컵. 메시는 19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만나 2골을 몰아넣었다. 3대3으로 비긴 끝에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슈팅을 성공시키며 기선을 잡은 끝에 4-2 승리를 이끌었다. 대회 동안 7골 3도움이라는 경이로운 활약과 함께 열정적인 모습으로 36년 만에 아르헨티나로 월드컵 트로피를 가져왔다. 메시는 경기 직후 “신이 내게 그것을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컵을 보라. 아름답다”며 “내가 평생 원했던 트로피가 여기 있다. 우리는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해냈다”고 기뻐했다.
메시에게 앞선 네 차례 월드컵은 넘지 못할 산과 같았다. 19세 나이로 2006 독일 월드컵에 데뷔한 이래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특히 2014 브라질 대회 때는 결승에서 독일에 0대1로 패배하며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당시 메시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매 경기 도중 구토를 했다. 최우수선수로 선정됐음에도 준우승에 고개를 푹 숙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앞서 메시는 “이번이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다.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축구의 신(神)의 위대한 마침표’로 여겼다. 반면 메시에게는 조국을 향한 ‘짝사랑’을 끝낼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메시는 호텔에서 묵었던 지난 월드컵들과는 달리 취재진이 들어올 수 없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이번 대회 내내 지냈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메시답게 모든 환경을 본인에게 최적으로 맞추려는 노력처럼 보였다.
◇진정한 ‘아르헨티나인’으로
조별 리그 첫 경기부터 쉽지 않았다. 전력이 한참 아래인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아르헨티나 현지에는 부정적인 전망이 도배됐다. 메시는 당시를 회상하며 “첫 경기 패배로 모든 것이 복잡해졌다. 사우디에 진 다음부터는 모든 경기가 우리에겐 결승전이었다”고 했다. 메시는 이 악물고 그다음 3경기에서 2골1도움으로 활약하며 팀을 8강까지 올려놨다.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르헨티나인들이 네덜란드와의 8강전이 끝난 뒤부터 열광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2-0으로 앞서다 후반 막판 체력이 떨어지면서 내리 2골을 내줬고,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힘겹게 이겼다. 경기 종료 직후 메시가 방송사 인터뷰를 하다가 근처에 있던 네덜란드 골키퍼에게 “뭘 보냐, XX. 저리 꺼져라”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경기 중 신경전이 라커룸에서 이어진 것이었다.
메시에게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 고스란히 생방송을 탔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메시가 열정적인 ‘아르헨티나인’이 됐다며 열광했다. 당시 메시의 표정과 욕설이 담긴 티셔츠가 아르헨티나 거리에서 판매될 정도였다. 메시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16강전부터 결승까지 토너먼트 전 경기 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결국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제 아르헨티나로 간다”
메시는 7골 3도움을 올리며 월드컵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상인 ‘골든 볼’을 받았다. 월드컵 최다 공격포인트(21개), 최다 출장(26경기) 등 대회 기록도 경신했다. 월드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픽에서 전부 우승하고,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메시가 결승전을 마치고 동료와 기뻐하기도 전에 달려간 곳은 아르헨티나 응원석이었다. 하늘색 물결을 향해 메시는 눈시울이 붉어져 양손을 흔들었다. 아르헨티나 관중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메시는 이어진 시상식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다 알사니 카타르 국왕으로부터 금색 자수를 놓은 검은색 망토를 받았다. 왕의 전통 의상인 ‘비시트(bisht)’로, 월드컵 우승과 함께 진정한 ‘축구 황제’로 떠오른 메시에게 걸맞은 의상이었다.
메시는 기쁜 나머지 “나는 대표팀에서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챔피언으로서 계속 경기에 뛰겠다”고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절정의 기량에도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었던 과거는 말그대로 ‘한때’가 됐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결승전이 끝난 현지 시각 오후 3시부터 새벽까지 축제를 벌이면서 메시의 귀국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9일 귀국길에 오른 메시는 경기 직후 본인 소셜미디어에 “아르헨티나인은 같은 꿈을 위해 단합할 때 개인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한다”며 “이제 곧 아르헨티나로 간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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