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청난 돈 걷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비밀인 거대 노조들

조선일보 2022. 12. 2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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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 배치된 경찰관이 차량통행 등 주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민노총 등 거대 노조가 억지와 불법, 폭력 등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기반 중 하나는 조합비와 정부지원금 등 거액의 자금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대 노조가 이 돈을 얼마나 조달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드러난 적이 없었다. 이들 노조 귀족들에게 특급 비밀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있어선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회의에서는 “(노조 재정 운영을) 들여다보면 놀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동안 노조의 비리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 6월 2019년부터 노조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노총 건설노조 진모 전 위원장을 구속 송치했다. 매달 조합비가 수억원에 달했지만 노조 주요 집행부를 자신이 임명해 제대로 감시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지법은 지난 4월 2011년부터 10년 동안 노조 조합비 3억7000만원을 빼돌려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혐의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부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렇게 드러난 비리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노조의 돈 문제는 외부에서 간여할 수 없는 성역처럼 인식돼 왔다. 노조와 정치 동맹을 맺은 좌파 정권들의 보호도 있었다. 노조원들도 노조 간부들의 행태를 알려 하지 않고, 알아도 쉬쉬해왔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한 근로자는 각각 100만명이 넘는다. 양대 노총 모두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액수를 알 수 없으나 매년 수백억원의 조합비가 들어온다고 한다. 여기에 한 해 수십억원의 정부지원금도 받고 있다. 국민 세금까지 들어가는데도 이 돈이 본래 목적대로 제대로 쓰이는지, 불법 집회·시위 자금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일부 간부가 비리를 저지르는지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다. 자금 입출 문제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보안 사항이라고 한다. 특히 민주노총 같은 상급·거대 노조의 경우 ‘철의 장막’에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합원 돈과 국민 세금을 쓰는데 그 내역이 어떻게 보안 사항일 수 있는가.

미국에선 1년 예산이 25만달러 이상인 노조는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예산과 집행을 보고한다. 영국 노조도 의무적으로 회계를 행정 관청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조법 27조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할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노조가 최대 기득권 세력으로 개혁 대상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지난 정권 동안 민노총은 불법 시위와 사업장 점거, 온갖 갑질과 폭력까지 마음대로 저질렀다. 이런 횡포를 막는 것도 노동개혁이다. 노조가 소수 귀족노조가 아니라 청년 등 전체 근로자를 위한 조직으로 바뀌기 위해서도 노조 재정 투명성은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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