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pick] 감독은 어떻게 미쳐가는가 외
넷플릭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마이클 키턴 주연의 ‘버드맨’(2014)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2년 연속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영화. 같은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해 베네치아 황금사자상과 오스카 감독·촬영상 등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던 ‘로마’(2018)처럼, 넷플릭스가 맘먹고 제작한 거장의 예술영화다.
멕시코의 저널리스트 출신 영화감독 ‘실베리오’는 다큐멘터리로 세계적 명성과 부를 쌓았다. 그가 다룬 건 조국의 망가진 경제, 사회를 집어삼킨 마약 범죄, 끝없는 미국행 불법 이민 같은 문제들. 사랑하는 아내·아이들과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과 같은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지내지만 그의 뿌리는 여전히 조국 멕시코. 첫아이를 잃은 아픔은 유령처럼 부부 사이를 떠돌고, 영예로운 국제적 상을 받으러 LA에 돌아온 그에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가뿐히 무너뜨리는 대혼돈이 찾아온다.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
중남미 문학·영화의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 감독 특유의 상징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로 가득한 작품. 피에 젖은 식민 지배에서 출발한 멕시코의 비극적 역사, 납치·살인에 숨막히는 현실, 조국을 등진 지식인의 ‘셀프 디스’에 가까운 자기 연민을 종횡무진 오간다. ‘미친’ 감독에게 돈 걱정없이 찍고 싶은 대로 맘껏 찍게 해주면 이런 ‘미친’ 영화가 나온다. 상영 시간 2시간 39분.
클래식 ‘금호솔로이스츠’
올해 창단 15주년을 맞은 실내악단인 금호솔로이스츠의 생일잔치가 22~23일 이틀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다. 한국 음악계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금호솔로이스츠는 금호아트홀이라는 공연장과 실내악단이 결합한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번 15주년 음악회에는 김재영·장유진·조진주(바이올린), 이한나(비올라), 김민지·이정란(첼로), 조성현(플루트), 김다솔(피아노) 등이 참여한다. 첫날인 22일에는 브람스 피아노 3중주 3번과 프랑크 피아노 5중주, 23일에는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K.298) 등을 들려준다.
영화 ‘가가린’
영화 제목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1961년 세계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소련 우주 비행사의 이름이지만, 동시에 프랑스 파리 근교에 건설된 주택단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때 공공 주거 단지의 상징이었지만,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2019년 철거에 들어갔다. ‘가가린’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활용한 프랑스 영화. 철거 직전의 주택 단지를 배경으로 우주탐사를 꿈꾸는 10대 소년 유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철거 직전의 건물을 발사를 앞둔 우주선에 비유한 후반부의 시적(詩的) 상상력이 슬프면서도 무척 아름답다.
연극 ‘온 더 비트’
농구공 튀는 소리와 부엌의 도마질에서도 박자를 발견하는 아드리앙은 “드럼은 그저 멜로디를 받쳐주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뛰는 심장’”이라고 말한다. 1년간 드럼을 익혔다는 배우가 직접 연주한다. 심장이 펄떡이며 온몸으로 피를 나르고 엔진이 폭발하며 바퀴를 굴리듯이, 아드리앙이 드럼과 한 몸이 돼 들려주는 비트는 어떤 언어보다 강렬하게 흥분을 전한다. 음악에도 삶처럼 침묵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1인극. 윤나무·강기둥이 번갈아 공연한다. 민새롬 연출로 1월 1일까지 대학로 TOM 2관.
무용 ‘존재의 이유’
발레블랑의 산 역사 조윤라, 창작 모던 발레의 선구자 제임스 전, 발레 대중화의 트렌드를 제시한 백연옥, 무대와 강단을 지켜온 발레리나 김순정, 창작 발레의 확장을 선도하는 문영철 등 원로 현역 발레 무용가 5인이 합작하는 송년 무대다. 김순정의 ‘머물며 2022′, 문영철의 ‘소풍’, 백연옥의 ‘꿈의 끝자락 3′, 제임스 전과 김인희가 출연하는 ‘산조’, 조윤라의 ‘내 마음의 수채화’에 이어 마지막에는 이들 5인이 추는 군무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날 수 있다. 20~21일 건대입구역 앞 나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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