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조수미와의 공연은 처음입니다”
한국서 첫 마스터클래스 열고 젊은 성악가들 가르치며 조언도
“남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래하는 게 아니에요. 거꾸로 내가 있는 무대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거지요.”
미국 출신의 세계적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67)이 한국 젊은 성악가들의 일일 교사가 됐다. 그는 지난 15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4시간 동안 한국 성악가 5명의 노래를 듣고서 일일이 조언을 건넸다. 마스터클래스는 거장의 수업이라는 뜻. 햄프슨이 한국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햄프슨은 한국 20~30대 성악가들이 부르는 모차르트와 로시니, 베르디와 푸치니의 아리아들을 경청하면서 현악과 목관악기의 반주를 입으로 흉내 내서 부르기도 했다. 언제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연상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어깨를 살짝 뒤로 젖히고 똑바른 자세에서 노래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래는 무대에서 객석까지 대포알처럼 쏘아서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가수 주변에서 맴도는 것이다.” 노래하는 자세부터 발성법과 악보 해석까지 거장의 조언에는 끝이 없었다. 이날 그가 가장 강조한 건 단어의 올바른 의미. 노래 가사의 의미와 성악가의 발성이 조금이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곧바로 멈춰 세우고 단어의 뜻부터 되물었다.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성악가들은 미국과 유럽 극장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악보에 나와 있는 내용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어의 의미를 건너뛴 채 단순히 아름답게만 부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넣는 혐오스러운 악당이고,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은 재력과 외모 어느 것도 남부러울 것이 없지만 지나친 자의식(ego) 때문에 불행의 늪에 빠지는 경우”라면서 “이런 배경과 의미를 모르고서 배역을 부를 수는 없다”고 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노래할 수도 없다”는 것이야말로 그의 지론이다.
햄프슨은 지금도 80여 오페라 배역을 소화하면서 전 세계 극장을 활발하게 누비고 있는 현역 성악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찾는 곳도 체육관이다. 그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 필라테스로 시작해서 힘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몸을 푸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목을 많이 쓰고 난 다음 날에는 온종일 침묵하면서 성대를 보호한다. 햄프슨은 “몸을 쓰는 일이라는 점에서 무대 위의 성악가와 경기장의 운동선수는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햄프슨은 타계한 러시아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1962~2017), 영국의 브린 터펠(57)과 더불어 흔히 ‘세계 3대 바리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정작 그는 “파바로티·도밍고·카레라스의 ‘3대 테너’는 알지만, ‘3대 바리톤’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드미트리, 브린과 함께 묶이는 것이 영광스럽긴 하지만…” 하며 웃었다. 그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듀오 콘서트를 연다. 햄프슨은 “데뷔 40여 년이 됐지만 아직 조수미와 함께 같은 무대에 설 기회는 없었다. 아마도 이번이 첫 무대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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