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신부?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영국 V&A 박물관 입구의 트리
올해는 韓디자이너 박소희가 제작
“성탄절 천사·촛불에 영감받았다”
분명 크리스마스트리라는데, 흰 드레스를 입은 3m 높이 거대한 마네킹이 서 있다. 초록빛 전나무도 나뭇가지에 매달린 장식도 없다. 다만 사방으로 반짝이는 크리스털이 가슴에서 별처럼 빛날 뿐. 바닥까지 끌리는 시폰(chiffon·얇게 비치는 가벼운 직물) 베일은 새 신부 모습을 연상시킨다. 영국 런던의 세계 최고 장식예술박물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 입구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손님들을 맞을 작품이다.
V&A 박물관은 해마다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해 크리스마스트리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지난해엔 수많은 종이학을 모아서 만들었고, 2020년엔 시청각 장치를 이용한 ‘싱잉 트리(singing tree)’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박소희가 신부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인 것.
‘미스 소희(Miss Sohee)’ 브랜드로 더 유명한 그녀는 2020년 런던 패션디자인학교 센트럴세인트마틴 졸업 작품이 세계적 팝스타 카디 비의 화보와 무대 의상으로 선택되면서 단번에 세계적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진주와 비즈(구슬), 자수 등 수공예를 바탕으로 여성적 곡선미를 극대화한 그녀의 재단에 가수 블랙핑크, 마일리 사일러스, 톱 모델 지지 하디드 등이 마음을 빼앗겼다. V&A 측은 “미스 소희 특유의 실루엣과 공들인 자수로 장식된 드레스는 박물관의 종교적 조각상들과 결합해 신성함을 극대화한다”고 평했다. 박소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천사와 촛불을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V&A 박물관의 트리가 화제가 되는 건 ‘크리스마스트리’를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주인공이 바로 빅토리아 여왕과 그녀의 독일 출신 남편 앨버트 공이기 때문. 16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마스트리가 영미권으로 전파된 것은 1841년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의 고향 풍습에 따라 윈저궁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웠고, 이를 그린 목판화가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까지 퍼진 것이 시초였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그동안 V&A는 영국을 대표하는 알렉산더 맥퀸, 매튜 윌리엄스 등의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상상력을 극대화했다”며 “올해는 트리에 대한 재해석보다 패션에 주도권을 내준 듯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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