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日 “아이는 울어도 괜찮아”
공장 안에 수백 개의 타원형 유리 상자가 놓여 있다. 그 안에는 인공 탯줄로 연결된 아기가 자라고 있다.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부부는 아이의 심장박동 등 생체신호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한다. 최근 과학 전문 인플루언서가 유튜브에 공개한 ‘인공 자궁에 대한 구상’의 한 장면이다. 과학적 실현 가능성, 윤리적 문제 등을 생각하고 있을 때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영상에 등장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 등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나라를 돕기 위해 인공 자궁을 고안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한국의 가임 여성 1명당 예상 출생아 수는 지난 3분기 0.79명까지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 1~3분기 혼인 건수는 18만6147건이었지만 올해는 13만8524건으로 추정됐다.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는다. 한국의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부부가 약 46%로 절반에 달한다. 자녀가 있는 부부도 평균 자녀 수가 0.66명이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저출산은 한국의 국가 존립 문제가 됐다.
원조 저출산 국가인 일본의 최근 출산율은 1.3명이다. 일본 역시 출산율이 곤두박질 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00년대 초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2060년대에는 1.5명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에서 생활해보니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도쿄 도심 한가운데에 아이들이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놀 수 있는 공원이 수십여 곳이다. 한쪽에서는 어른들이 공원을 산책하고 아이들은 나무 사이사이에 설치된 오두막집에서 뛰놀고 작게 피운 모닥불에 빵을 구워 먹는 모습을 시부야에서 도보 30분 거리의 공원 놀이터에서 볼 수 있다.
최근 교토에서는 기차역, 버스, 공공장소 등 곳곳에 “울어도 괜찮아”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아이가 울어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부모에게 웃어주고 부드럽게 말을 걸어 격려하자는 내용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죄송합니다”라는 말 대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6년 전 도쿄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울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각 지역 사투리로 바꿔 저출산이 심각한 지방자치단체 28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등장한 노키즈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70%가 노키즈존에 찬성했다. 일부 무례한 부모들의 문제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전체에 대한 눈총으로 확장됐다. 출산과 육아는 분리할 수 없다. 과학기술이 출산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외출을 망설이는 나라에서 더 이상 아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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