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빼닮은 업무개시명령과 무정차

기자 2022. 12.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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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무정차 통과’는 빼닮았다. 절박한 이들의 언어를 포효로 취급하는 점에서 말이다. 정부는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운임제를 외치는 노동자의 절박함을, 지역사회에 어울려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의 소망을 채찍질했다. 마치 노동자와 장애인은 대화 가능한 존재들이 아니라 여기며, 개가 짖는들 기차는 달린다는 착각 아래 폭주 중이다.

변재원 작가·소수자정책연구자

요 근래 정부 관계자의 업무개시명령과 무정차 통과 조치가 묘책이었다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스키타이족 전사들이 노예를 다루었던 방식이 떠오른다. 무기 대신 채찍을 들었던 이들은 노예의 굴종을 명했다. 주인만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의 존재는 노예로 하여금 ‘스스로 노예임을 깨달아라’라는 격차의 상징이었다.

정부가 거침없이 채찍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는 화물노동자가 정부에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장애인이 정부를 ‘무정차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직 그들만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은 거리의 시민들에게 ‘하루빨리 권력의 차이, 출신 성분의 차이를 깨닫고 우리로 돌아가라’는 내재적 위협을 상징한다.

정부의 채찍은 행정조치뿐만 아니라 말에도 담겨있다. 당장 거리에 나선 이들에게 묻는 ‘네가 노동자, 장애인 대표냐?’는 물음표 모습은 휘어진 채찍과도 같다. 노동자, 장애인 단체와 대화 안 하겠다고 선포하고는, 이내 물음으로 호통치는 모습은 정부의 물음표가 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채찍이라는 증거다. 정부의 물음표는 듣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고, 반성과 고립을 추궁하기 위한 권위의 수단일 뿐이다. 정부의 함축적 물음이 진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말일 테다. “나는 다수결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로 권력이 있지만, 너흰 일개 아무나조차 못 된다.” 대답할 기회 없는 물음은 불통과 위협을 정당화하고, 권력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하는 품위로 가장한 언변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의 주권자를 불법적 존재로 낙인찍기 위한 조치와 물음표가 팽배한 시대다. 동요시켜 갈라놓고 고립하기 위한 일련의 채찍질 전략들. 윗사람에게 함부로 질문해선 안 되고, 주장해선 안 되는 국가 전통에 힘입어 어느새 손쉬운 반민주주의 통치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캄캄한 지하철에서 ‘채찍질’을 견디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는 철로 앞에서 슬픔을 삼키며 진술했다. “아들이 몸이 불편한 나로 인해 놀림받을까 용기 내어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올해 86세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지만 차편이 없어 갈 수가 없다.” 가족을 사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강력 대응 처벌의 ‘채찍질’에 맞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은 담담히 말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미 지옥인데 더 잃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은, 노동자들은, 당신들이 죽인다 한들 그 신념과 명예만큼은 꺾이지 않으니까. 어디 한번 밟아보아라.” 저마다 지닌 사랑의 역사를 토대로 힘겨운 채찍질을 인내하고 있다.

부디 정부가 깨닫길 바란다. 서슴없이 휘두르는 그 채찍은 효율적 갈라치기 전략·전술이 아니라 인간의 예의와 가치를 굴종시키는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변재원 작가·소수자정책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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