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리적 측면에서 본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지난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한차례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09년 정부 주도로 농협중앙회장 단임제가 시행된 후 약 13년 만에 연임제로 환원되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 단임제와 연임제 선택은 기관의 특성과 시대상황까지 고려되어야 하는 입법정책의 영역이다. 여기서는 농협중앙회장 단임제에 수반되는 몇 가지 법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회는 이런 법적 문제점들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첫째, 법률은 가급적 보편성을 지녀야 하는데, 단임제를 규정하고 있는 농협법은 다른 협동조합법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법은 중앙회장에 대해서 연임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단임제를 규정한 입법례는 전혀 없다. 외국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자조조직인 협동조합의 임원임기를 단임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결사의 자유(조직구성·임원선출 등), 직업의 자유를 제약하며,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하는 것이 되어 평등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헌법상 기본권은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으나,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과잉금지원칙의 요건을 갖추어야만 하며, 이에 위배될 경우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민주적 선거원리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민주적 선거원리는 개방성과 공정성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능력과 의욕을 가진 자라면 누구든 입후보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선거권자가 입후보자 중에서 자유롭게 최적임자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합리적 이유 없이 진입장벽을 설정하거나 특정인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제약하는 것은 개방성과 공정성에 위배되는 것이며, 자유로운 선거권의 행사를 제약하게 된다.
넷째,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헌법 제123조 제5항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어, 입법권자는 협동조합법을 개정할 경우 그 구성원의 의사를 가급적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덴마크 등 많은 협동조합 선진국들이 ‘정관 자치’ 내지 ‘단체의 사적 자치’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 농협중앙회 구성원인 농·축협 조합장 88.7%가 중앙회장 연임을 찬성하며 대부분의 농업인단체도 찬성하고 있어, 이러한 의사를 입법에 반영하는 것이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1988년 전체 조합장들이 농협중앙회장을 선택하고 연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협동조합의 민주성, 자율성 제고를 위한 입법조치이다. 단임제 도입 당시에도 ‘퇴보’라는 지적이 있었기에 지난 8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 결과는 민주성, 자율성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남은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협동조합의 민주성, 자율성에 부합하게 조속히 입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이 기고는 경향신문 11월25일자 27면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의 ‘세상읽기’ “농업 문제라 쓰고 농협 문제라 읽는다”에 대한 반론입니다.
이선신 전 농협대학교 부총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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