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美기준금리와 선물시장의 기능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어려웠던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은 가정, 사업의 운세를 가늠해 보는 시기이다. 금융시장에도 연말연초에 새해의 주가, 환율 등의 경제지표 전망치가 발표된다. 미래를 전망하는 수치로 선물시장의 가격도 종종 활용된다. 2023년 국내외 금리 수준의 바로미터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의 기준금리도 선물시장을 통해 예측해 볼 수 있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새벽 FRB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50bp(0.5%p) 인상한 4.25~4.5%로 발표했다. 금번 인상 폭이 50bp 또는 75bp일지가 관심사였다. 발표 전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서 이를 얼마로 예측했는지 살펴보자. 이날 연방기금선물 12월 종목의 가격 95.8925를 금리로 표현하면 4.1075%였다. 이것은 12월 한 달 동안 예금은행 간 1일물 대출금리의 평균수치를 예상한 것으로, 시장에서 83% 확률로 50bp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수치이다. 2023년 5월 선물종목 가격은 약 30% 확률로 기준금리가 최대 5.25%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 감안 시, 새해 한국은행의 50~75bp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해 본다.
기준금리 외에도 국내 유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도 선물시장에서 내년도 가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2023년 중에 인도되는 WTI원유선물 가격은 75달러 수준으로 현재 가격과 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증권 관련 파생상품 위주로 발전되어, 선진국처럼 기준금리나 원자재, 농산물에 기초한 선물가격을 활용할 수 없는 아쉬운 상황이다.
선물거래는 적은 증거금을 통한 지렛대효과로 투자위험이 높기도 하지만 실물상품을 미리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근대적인 파생상품거래소의 시초로 1850년 전후에 설립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런던금속거래소(LME)를 들 수 있다.
LME는 말레이시아산 주석과 칠레산 구리를 런던에서 선물거래로 매매했다. 생산지에서 금속물이 배에 선적되어 런던 도착 시까지 약 3개월간 선물거래를 하고, 런던 도착한 후 해당 금속을 인도받는 방식이다. CBOT는 1850년경 시카고의 전국철도망 연결, 미시간호-미시시피강 운하의 완공 이후 밀, 귀리 등 곡물을 선물거래로 매매했다. 곡물의 등급제 개발, 포장 및 거래 방식을 표준화한 선물거래로 곡물을 연중 내내 거래했다. 특히, 비수확기로 곡물 매매를 분산하여 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 농부들은 파종시기에 곡물을 미리 선물거래로 팔 수 있고 가공업자들은 수확기에 필요한 곡물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봄철 재배시점에 농산물을 미리 매매한 후 가을에 농산물을 인도하는 밭떼기 거래와 유사한 방식이다. 실물상품의 주요 매매수단으로 시작된 선물시장은 1970년대 초반 금융상품으로 매매대상이 확대되고 1982년에 매매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이 고안되어 널리 이용되고 있다.
1996년부터 시작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은 현재 주식 국채 미 달러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미 달러선물을 이용할 경우 환율의 예측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은행보다 유리한 가격으로 미 달러를 매매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달러 매입환율이 1318.37원일 때 한국거래소 미 달러선물 12월 종목의 가격은 1295.7원이었다. 달러선물을 매입할 때 약 78만 원의 증거금(계약금과 유사)만 내고 12월 21일(인도일)에 잔금(약 1218만 원)을 내면 1만 달러를 받게 된다. 1만 달러 이상의 외화 매매 시에는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이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상품시장 이용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년에도 11월까지 해외 파생상품을 9조 달러 이상 거래했다. 이러한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규제 합리화, 다양한 선물/옵션상품 개발과 함께 부산이 단순한 물류중심지가 아닌 시카고, 런던처럼 실물상품 매매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파생상품시장을 단순히 어렵고 위험한 시장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떨치고 미래 정보 제공 및 위험관리시장 등 순기능을 잘 알릴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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