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성주]과학기술 신뢰 무너뜨리는 ‘약탈적 학술지’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2022. 12. 20. 03:02
일부 학술지, 적절한 심사 없이 논문들 게재
진실성 떨어뜨리고 건전한 학술활동 막는 것
논문 질적 평가 높이고, 자정 노력 참여할 때
진실성 떨어뜨리고 건전한 학술활동 막는 것
논문 질적 평가 높이고, 자정 노력 참여할 때
2022년이 열흘 남짓 남았다. 연구자들에게는 한 해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의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다. 연구 성과는 주로 어떤 저널에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지에 의해 평가된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는 소위 ‘NSC(Nature, Science, Cell)’와 같은 우수 저널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최근 다른 의미에서 주목받는 저널이 있다. 바로 오픈액세스 저널이다.
일반적으로 저자가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면 이 논문은 유사 연구를 수행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보내져 검토를 받는다. 동료 연구자들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저널에 게재되며, 저널 편집국은 이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출판사는 논문이 필요한 도서관 혹은 개인 독자에게 구독료를 받는데, 우수한 논문일수록 구독 확률이 높으므로 저널은 논문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전통적 저널과 달리 오픈액세스 저널은 온라인으로만 출판되며, 출판에 필요한 비용을 저자가 부담해 누구나 무료로 논문을 읽을 수 있게 한다. 학술논문의 상업화보다는 공공화를 추구하는 모델이다.
그런데 온라인을 통해 출판 과정이 비교적 쉬워지자 오픈액세스 모델을 악용하는 저널들이 등장했다.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라 불리는 이 저널들은 제대로 된 동료 심사나 편집국의 관리 없이 수준 낮은 논문들을 무분별하게 출판한다. 논문 게재가 필요한 저자와 수익 창출을 원하는 출판사의 니즈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논문을 제출했음에도 304개 오픈액세스 저널 중 50% 이상이 논문 게재를 허락했다. 허위 이력을 제출했음에도 30% 이상의 약탈적 학술지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었다고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탈적 학술지는 주로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영향을 주었는데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학술논문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선한 의도로 시작된 오픈액세스 저널 전체가 약탈적 학술지로 오해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논의는 날조(fabrication·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허위로 만드는 행위), 조작(falsification·데이터나 연구재료를 조작하거나 변형해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 표절(plagiarism·타인의 연구를 허가나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과 같이 주로 연구 수행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과학기술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구 수행 과정 외에도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확산시키는 전 과정에서 연구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약탈적 학술지임을 알고도 논문을 게재하고, 의도적으로 저자 수를 늘려 연구 파급효과를 높이거나, 동료 검토 과정에서 자신의 연구를 인용하도록 유도하는 것 등은 모두 건전한 학술활동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결국 과학기술 커뮤니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다행히 연구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 첫째, 저널에서는 학술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논문에서 활용한 데이터와 모델을 공개하도록 한다. 관심 있는 누구나 연구 결과를 재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국가에서는 약탈적 학술지 리스트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koar.kr/)이 의심스러운 학술지의 정보를 제공한다. 저널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저자들이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대한수학회나 울산의대 등 약탈적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학계의 자정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대학에서는 성과평가 방식을 양적평가에서 질적평가로 바꾸고자 한다. 연구 우수성은 논문의 개수나 저널의 피인용 횟수같이 단순한 숫자로 측정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양적평가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약탈적 저널에 출판하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반면, 질적평가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개인과 기관의 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저널 선택에 보다 신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연구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식을 창출, 평가, 확산하는 것 모두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발견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저자가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면 이 논문은 유사 연구를 수행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보내져 검토를 받는다. 동료 연구자들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저널에 게재되며, 저널 편집국은 이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출판사는 논문이 필요한 도서관 혹은 개인 독자에게 구독료를 받는데, 우수한 논문일수록 구독 확률이 높으므로 저널은 논문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전통적 저널과 달리 오픈액세스 저널은 온라인으로만 출판되며, 출판에 필요한 비용을 저자가 부담해 누구나 무료로 논문을 읽을 수 있게 한다. 학술논문의 상업화보다는 공공화를 추구하는 모델이다.
그런데 온라인을 통해 출판 과정이 비교적 쉬워지자 오픈액세스 모델을 악용하는 저널들이 등장했다.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라 불리는 이 저널들은 제대로 된 동료 심사나 편집국의 관리 없이 수준 낮은 논문들을 무분별하게 출판한다. 논문 게재가 필요한 저자와 수익 창출을 원하는 출판사의 니즈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논문을 제출했음에도 304개 오픈액세스 저널 중 50% 이상이 논문 게재를 허락했다. 허위 이력을 제출했음에도 30% 이상의 약탈적 학술지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었다고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탈적 학술지는 주로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영향을 주었는데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학술논문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선한 의도로 시작된 오픈액세스 저널 전체가 약탈적 학술지로 오해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논의는 날조(fabrication·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허위로 만드는 행위), 조작(falsification·데이터나 연구재료를 조작하거나 변형해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 표절(plagiarism·타인의 연구를 허가나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과 같이 주로 연구 수행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과학기술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구 수행 과정 외에도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확산시키는 전 과정에서 연구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약탈적 학술지임을 알고도 논문을 게재하고, 의도적으로 저자 수를 늘려 연구 파급효과를 높이거나, 동료 검토 과정에서 자신의 연구를 인용하도록 유도하는 것 등은 모두 건전한 학술활동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결국 과학기술 커뮤니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다행히 연구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 첫째, 저널에서는 학술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논문에서 활용한 데이터와 모델을 공개하도록 한다. 관심 있는 누구나 연구 결과를 재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국가에서는 약탈적 학술지 리스트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koar.kr/)이 의심스러운 학술지의 정보를 제공한다. 저널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저자들이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대한수학회나 울산의대 등 약탈적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학계의 자정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대학에서는 성과평가 방식을 양적평가에서 질적평가로 바꾸고자 한다. 연구 우수성은 논문의 개수나 저널의 피인용 횟수같이 단순한 숫자로 측정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양적평가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약탈적 저널에 출판하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반면, 질적평가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개인과 기관의 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저널 선택에 보다 신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연구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식을 창출, 평가, 확산하는 것 모두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발견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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