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직개편에 숨은 ‘이재용 코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DX) 부문에 CTO(최고기술책임자) 조직을 신설하고, 반도체(DS) 부문에선 일본부품연구소를 만들었다. 또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삼성종합기술원(SAIT) 조직도 전면 개편했다. 내년 반도체, 스마트폰, TV·가전 등 주력 사업의 전망이 모두 불투명한 가운데 기술 혁신에 총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삼성은 또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분야 임원들을 서로 교차 배치하는 파격적인 교류 인사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DX 부문 통합 2년 차를 맞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부서 간 벽을 허무는 통합 운영을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 강화 중심 조직 개편
이번 삼성전자 조직 개편의 특징은 앞선 임원 인사와 마찬가지로 ‘기술 초격차’에 크게 힘을 실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TV,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에 CTO 조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만 CTO가 있었다.
전경훈 신임 사장이 맡은 DX 부문 CTO 조직 산하에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선행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SR)’를 배치했다. 삼성리서치 안에는 ‘차세대 가전연구팀’ 조직이 새로 생겼다. 재계 관계자는 “DX 부문에 따로 없었던 CTO를 만들고, 수년 뒤 먹거리를 발굴하는 연구 조직에 차세대 가전 부문을 둔 것은 기술 강화와 신사업 개발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혹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DS 부문에선 사장급 ‘제조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또 선행 연구 조직인 삼성종합기술원도 Device(기기), Material(소재), System(시스템) 등 5개의 핵심 리서치센터 산하 조직을 기존 랩(Lab) 단위에서 줄기 기술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했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 준비를 위한 줄기 기술 심화 연구를 위해 기술 유닛 단위로 재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설된 ‘일본부품연구소’는 일본 내에서 반도체 연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최근 일본은 도요타자동차, 소니, 소프트뱅크 등 간판기업 8곳이 뭉쳐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등 정부 지원 아래 대대적인 반도체 왕국 재건에 나선 상태다.
스마트폰 사업부에선 ‘AP솔루션개발팀’ 신설이 눈에 띄는 변화다. 최근 삼성은 2025년을 목표로 갤럭시폰 전용 AP(두뇌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는 동시에, 퀄컴 등과도 손잡고 ‘맞춤형 AP’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간 애플 대비 AP와 디자인에서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뛰어넘겠다는 것을 조직 개편으로 보여준 것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노태문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하고, 벤츠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도 애플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통합 본격화… 스마트폰, TV·가전 임원 대거 섞어
삼성전자는 이번에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지난해 DX 부문으로 통합된 스마트폰·TV·가전 사업부의 임원들을 섞는 대대적인 실험을 했다. 스마트폰의 디자인 담당 임원을 생활가전으로 보내고 TV 전략마케팅 담당을 스마트폰 조직으로 이동시켜며 과감하게 사업부의 벽을 허문 것이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한 사업부에서 쭉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사업부 간 교차 배치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DX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공석인 생활가전(DA),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을 채우지 않고 직접 겸임하면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부회장이 직접 조직을 이끌면서 통합을 활성화해, 미래 DX를 이끌어 갈 후임 경영자를 키우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여러 기기 간 연결, 통합을 위한 기존 ‘차세대 플랫폼 전략 TF’ 조직을 ‘디바이스 플랫폼 센터’로 승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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