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로 뽑힌 실력파들 창업… 재래시장에 활기

이기우 기자 2022. 12.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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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 청년몰’의 생존 전략

지난 16일 정오쯤 찾은 서울 경동시장 골목은 한약재, 홍삼, 인삼 등을 찾는 어르신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시장 골목 중간쯤 있는 건어물 상가 건물 3층으로 올라갔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벽지와 바닥재가 깔끔하게 마감된 공간에 식당, 디저트 전문점, 공방 등 소규모 점포 17곳이 들어섰고, 로비엔 테이블 20여 개가 놓여 있어 마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푸드코트를 연상시켰다. 20~30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을 차지하고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점심을 했다. 경동시장 청년몰 ‘서울훼미리’의 모습이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인근 상권이 활기가 없어 밥 먹을 곳이 마땅찮은데, 청년몰은 메뉴가 다양하고 식사 공간도 깔끔해서 자주 오게 된다”고 했다.

경동시장 청년몰 '서울훼미리'의 모습 - 20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 '서울훼미리'를 찾은 손님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019년 8월 출범한 서울훼미리는 식당·공방·디저트전문점을 포함한 다양한 상점 17곳이 입점해 인근 직장인과 시장 상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장련성 기자

◇경동시장 청년몰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청년몰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고령화가 심각한 전국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39세 이하 청년 자영업자 전용 ‘몰(mall)’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임차료와 권리금 등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전통시장에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로 2017년 시작됐다. 지난 5년간 1200억원 가까운 정부·지자체 예산이 들어갔다.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실제 2017~2020년 4년간 새로 생긴 청년몰 672곳 중 283곳(42.1%)이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들이 유지·보수를 소홀히 한 데다, 초기 비용 부담이 낮다 보니 일단 창업부터 해놓고 장사가 안 되면 접어버리는 일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2019년 8월 개장한 청년몰 서울훼미리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초기 창업자 선발 과정부터 엄격하게 진행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중심가에 자리한 데다 임차료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청년상인 20명 선발에 66명이 몰렸다. 3주간 합숙 면접과 시식회 등을 통한 서바이벌 방식으로 실력 있고 성공 의지가 강한 청년 창업자들을 선정했다. 실제로 디저트 전문점 ‘청산제과’를 운영하는 이지은(38)씨는 식품업계에 17년간 몸담은 베테랑이었고, 중국집 ‘봉차우’ 대표 정봉우(38)씨 역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요리를 시작해 호텔 식당에서만 10년간 근무했다. 현재 경동시장 청년몰 점포들의 월평균 매출은 428만5000원, 평균 방문 고객은 8881명이다. 청년상인육성재단 윤석경 매니저는 “봉차우 등 몇몇 점포는 월 매출이 100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했다.

◇청년 창업의 ‘테스트베드’

서울훼미리는 청년 창업 상인들의 ‘테스트베드(시험공간)’로도 운영된다.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면 다른 상권으로도 확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동시장 청년몰에서 곡물 디저트 카페로 출발한 ‘어반파머’는 충남 논산에 공장을 지었고, 창업 당시 400만원이던 월매출이 4억원으로 늘었다. 태국 요리 전문점 ‘싸왓디타이’ 역시 3년간 청년몰 사업을 기반으로 경희대 인근의 45평 매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월 매출은 창업 때보다 7배 넘게 증가했다.

철저한 사후 관리도 서울훼미리의 성공 비결이다. 지자체가 관리를 맡은 다른 전통시장 청년몰은 개장 이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훼미리는 시장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경동시장이 청년몰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경동시장 이훈 실장은 “시장 상인들에게 식사 공간으로 청년몰을 적극 홍보했고, 회사 직원들도 식사를 대부분 청년몰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경동시장에서는 정부 지원과는 별도로 식당에는 매달 임대료 30만원을 감면해주고, 냉·난방과 조명 시설 유지 보수도 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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