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주춤할 때… 테크기업은 핵심사업 격차 벌린다
네이버가 16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북미 최대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인수를 3개월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당초 내년 4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짓기로 했지만, 내년 1월 인수 대금을 완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검색·광고 기반 포털에서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으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경기 위축으로 경쟁자들이 주춤한 사이에 속도를 더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팬데믹 시기 사업을 크게 확장한 테크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신규 투자와 인력 채용이 보수적으로 변했고,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전체 인력의 10~20%를 감원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테크 기업들은 우선순위를 가려 미래 핵심 성장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커머스와 헬스케어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해외 대표 테크기업 아마존은 헬스케어와 자율주행, 구글은 하드웨어, 메타는 AI(인공지능)를 우선순위로 두고 투자와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의 올해 최대 투자계열사는 카카오헬스케어
올해 상반기 카카오는 총 1조90억원(개별 기준)을 투자했고, 12개 종속·관계 기업에 지분 투자를 했다. 그중 가장 큰 금액이 지난 3월 카카오헬스케어의 유상증자에 12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카카오의 벤처투자 계열사 카카오벤처스가 올해 신규 투자한 31개 스타트업 중 45%가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이었다.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IT와 헬스케어를 접목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예컨대 내년 카카오브레인(AI개발사)은 흉부 엑스레이 판독 초안문을 작성해주는 AI를 공개하고, 국내 주요 병원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올해 네이버는 포시마크 외에도 동남아 등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에 꾸준히 투자했다. 네이버는 한국(크림)·일본(빈티지시티)·유럽(왈라팝, 베스티에르)·미국(포시마크)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인수·투자하며 ‘글로벌 중고 거래’ 벨트를 완성한 데 이어 신흥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패션 중고 거래 계열사 크림을 통해서도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의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크림에 추가로 500억원을 투자하며 크림을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구글은 하드웨어, 메타는 AI
해외 기업들은 경쟁 환경에 따라 투자 분야가 다르다. 독보적인 온라인 커머스 1위 기업인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어 헬스케어와 자율주행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배송망과 앱을 활용한 약 배달·원격의료에 관심을 드러냈던 아마존은 올해 39억달러(약 5조원)에 헬스케어 기업 원라이프헬스케어를 인수했다. 원라이프헬스케어는 미국 72개 클리닉(소규모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 체인이며, 아마존은 이들 병원을 활용해 원격의료를 시범 도입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아마존의 자율주행차 개발 자회사인 죽스(ZOOX)는 모기업 아마존의 대규모 감원 속에서도 40%나 증원을 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이 장기적으로 로봇 배송, 창고용 로봇에 도입돼 물류 비용 감축을 이끌 것이라 예상한다.
스마트폰 앱 시장을 두고 애플과 경쟁하는 구글은 하드웨어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내년엔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린다. 삼성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점유율이 애플 아이폰에 계속 밀리자, 구글 자체 개발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하드웨어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 10월 내부 회의에서 “(하드웨어 개발이) 회사를 보호하는 최적의 수단”이라며 하드웨어 집중 투자를 승인했다.
틱톡 등 급부상하는 소셜 미디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타는 전체 직원의 약 13%(1만1000여 명) 이상 감원한 가운데도, AI 관련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98%를 디지털 광고에 의존하는 메타는 광고주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할 경우, AI를 이용해 가장 유력한 잠재적 소비자에게 광고를 노출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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