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주당의 ‘반사이익 정치’는 지속 가능한가
지난 7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지지율이었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국정 지지율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대통령의 실언과 김건희 여사의 개인적 인맥이 더 도드라졌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았던 더 중요한 이유는 ‘뭘’ 하려는 것인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모든 정부는 개혁 과제를 표방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를 표방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뭘 하려는 정부인지 알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는 자조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전열정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 가지 분야에서 변했다. 첫째,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이다. 11월21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기자들에게 공식 통보했다. 둘째, 전선 긋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를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셋째, ‘5대 개혁론’을 제기한 것이다. 당정은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금융개혁, 서비스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세 가지 변화는 모두 국정 지지율에 긍정적 효과로 작동하고 있다. 도어스테핑 중단은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메시지가 내부 숙의(熟議)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다. ‘전선 긋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 전략도 효과를 보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공격, 노동개혁 필요성. 모두 보수 지지층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열정비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5대 개혁론’의 제기다. 5대 개혁론은 ‘정책과 연동된 정무팀’이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5대 개혁의 내용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개혁이 아닌 ‘개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개혁 과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진일보한 것이다. 지난 7개월간 ‘뭘’ 하려는 정부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선에 패배한 야당에는 항상 두 가지 전략이 놓여 있다. 첫째, 감나무 전략이다.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 있는 것이다. 상대방 실수에 의존하는 반사이익 정치다. 둘째, 혁신 전략이다. 혁신(革新)은 단어의 뜻 자체가 ‘현재의 낡음을 버리고’ 새로워져야 한다.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감나무 전략을 선택했다. 민주당의 반사이익 정치는 실제로 효과를 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6개월이 되던 10월 2주차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8%였다. 국민의힘은 32%였다. 민주당은 6%포인트를 앞섰다(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전열정비 이후, 12월 들어 정당 지지율은 역전됐다. 12월 3주차, 국민의힘은 36%, 민주당은 33%다. 특히 주목할 것은 11월 3주차를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국민의힘 지지율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관련 뉴스는 흐뭇한 것이 별로 없었다. 김용·정진상의 구속으로 상징되는 사법 리스크, 장경태 의원이 제기한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논란, 김의겸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적 추적’이 야당의 주요 임무인 양 활동했다. 민주당에는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60%가 넘는다. 그런데도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내년 경제가 안 좋아지면’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여론 흐름은 그런 기대가 헛된 기대임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실수에 의존하는, 민주당의 반사이익 정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감나무 전략을 폐기하고, 혁신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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