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한국 축구가 강해지는 길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 한국, 일본은 16강에 올라 아시아 자존심을 지켰다.
축구 국가대표팀 간 대결을 A매치라고 한다. A매치는 11명 대 11명 싸움이 아니다. 양국 축구 환경과 인프라, 유소년 육성시스템 간 충돌이다. 저변이 넓을수록, 인프라가 좋을수록, 육성법이 뛰어날수록 인재가 많게 마련이다.
브라질 선수들은 자유롭고 강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축구를 쉽게, 자유롭게 접하기 때문이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페인은 세밀한 축구로 세계를 지배했다. 기술을 중시하는 육성시스템 덕분이다. 크로아티아는 인구가 400만명밖에 안 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카타르 월드컵 3위는 유소년 육성 아카데미가 잘 구축된 결과다. 인구 1700만명인 네덜란드, 1100만명인 벨기에의 육성시스템도 뛰어나다. 잠시 흔들려도 이른 부활을 꿈꿀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 유스시스템은 입시와 결과에 매몰돼 있다. 승패 위주로 모든 게 굴러간다. 대회가 학제에 맞춰 세 살 터울로 치러져 저학년은 제대로 뛰지도 못한다. 개인기는 17세 전후면 거의 완성된다. 그런데 우리 중·고교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수비축구, 조직축구를 먼저 배운다. 졸업 후 실업, 프로로 가도 주전을 꿰차기 힘들다. 타 구단 이적, 임대도 쉽지 않다. 20세 전후 골든타임이 무의미한 연습경기, 동기부여가 부족한 훈련 속에 흘러간다. 한국과 세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시간은 어릴 때 배운 개인기에 성인이 되면서 조직력까지 더한 유럽·남미 편이다. 한국 선수들이 일대일에 약한 것도, 기술보다는 체력과 투지에 의존하는 것도 기술을 무시하고 버티기 축구를 한 탓이다.
개선책은 이미 나와 있다. 축구를 처음 접하는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 한국은 12세, 15세, 18세 팀이 대부분이다. 유럽은 5~6세에 축구를 접한다. 어릴 때는 무조건 기술부터 지도해야 한다. 기술은 몸이 유연할 때, 머리가 맑을 때 잘 배울 수 있다. 일대일에 약한 축구가 희망이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어릴 때는 승패보다는 내용 중심 대회가 많이 열려야 한다. 최소한 중등까지 승패에 얽매이지 않고 배운 걸 실전에서 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단절 없는 출전도 보장돼야 한다. 저학년의 대회 출전을 의무화해야 한다. 1.5살 터울 대회면 더 좋고 한 살 터울이면 금상첨화다. 유망주는 조금이라도 일찍 성인 경기를 뛰게 해야 한다. 유럽 진출도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일본처럼 축구협회, 프로리그, 구단이 함께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손흥민과 황희찬에 환호하고 이강인, 백승호를 기대한다. 이들은 한국 시스템에서 성장한 게 아니라 열악한 한국 시스템을 떠나 10대 초중반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로 도전한 유망주들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013년 협회 출범 80돌을 맞아 “2033년까지 국제축구연맹 랭킹 10위 이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 회장은 지난 6월 한·일 월드컵 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30년 안에 10위에 드는 강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013년 선언은 공허해졌고 2022년 선언은 퇴보했다. 이번에는 또 무엇을 선언할까. 어떤 목표든 유스시스템 전면 개혁 없이는 허망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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