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운동뚱' 제작한 PD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늦은 때란 없다"
[인터뷰]IHQ '운동뚱' 서현도 PD
국가대표로 출전한 사격대회, 1부 성적만으로 사실상 오보 나기도
"김민경이 '남자들의 종목'에서 월등할 때 조회수 올라가"
"시청자들에게 '나도 해볼까' 메시지 전달하고파"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40대 개그우먼 김민경이 IPSC핸드건 월드 슛의 국가대표로 경기를 치르고 돌아왔다. 지난 11월19일부터 24일까지 열렸던 '2022 IPSC핸드건 월드 슛' 프로덕션 디비전 부문에 출전한 김민경은 5일 동안 총 30개의 스테이지를 완주했다. IHQ의 유튜브 콘텐츠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에서 워낙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었지만, 국가대표로 선발돼 경기를 치르는 것은 그야말로 '뉴스'였다.
'운동뚱'에서 김민경이 국가대표가 됐다는 콘텐츠 역시 주목을 받으며 조회 수 255만 시청을 기록하기도 했다. '운동뚱' 콘텐츠 가운데 4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4개, 300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한 것만 7개다. 수많은 기사도 나왔다. 대회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김민경의 성적을 먼저 보도해 잘못된 순위를 알리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프로덕션 디비전 부문 전체 1,2부 합산 341명 중 333등, 여성부 1,2부 합산 52명 중 51등을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운동뚱'의 서현도 PD는 “40대 개그우먼이, 국가대표가 돼 총을 들고 대회를 나갔다. 실격당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됐다”며 뿌듯해했다. 실제로 수많은 시청자가 “늦은 도전이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14일 서울 강서구 IHQ 사옥에서 서현도 PD를 만났다.
-경기가 끝난 후 소감은.
서현도 PD: “실격 당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것 자체가 뜻깊다. 쉽지 않은 여정을 다녀왔는데 우선 김민경 누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많이 자랑스럽다.”
-많은 이들이 김민경씨가 국가대표가 된 것에 매우 놀랐다. 이 정도 기대했나.
“국가대표가 될 것이란 기대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직장인이 국가대표가 되는, '생활체육인'이 많다. 일본의 컬링 대표 중 직장인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저희도 회가 갈수록 그런 식의 접근을 생각한 적은 있었다. IPSC 선발전을 치렀을 때 선발전 나간 것 자체가 주목을 받을 것이란 생각은 했는데 덜컥 국가대표 대회를 나가게 됐다.”
-이번 결과를 두고 '감동을 받았다' 거나 '도전하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제작진은 '운동뚱'을 통해 '느리지만 계속하다 보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사격 편을 준비하면서 선발전 영상을 올렸을 때 '40대가 늦은 것이 아니다', '준비를 하면 된다'는 댓글들이 있었다. PD로서 원했던 바를 시청자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보람됐다.”
-김민경씨가 IPSC국가대표가 된 이후, '다른 종목에서 인재를 빼앗겼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혹시 다른 스포츠 종목의 협회 등에서 제안이 들어오거나 한 적도 있나.
“사실 배구나 농구 등 신체적 조건이 따라 주지 않는 종목 외에는 대부분 종목을 '운동뚱'에서 시도해보 긴했다. 제작진에게 직접 제안이 들어온 적은 없지만 최근 협회 등에 '운동뚱' 촬영을 하겠다고 하면 반응들이 좋다. 크게 환영해주는 분위기다. (운동 종목 홍보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특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종목은 더 그렇다. 처음에 IPSC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김민경이 '남자들의 종목'에서 월등할 때 조회 수 올라가”
-'운동뚱'이 더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최근 시청자들이 관심을 두는 '여성의 스포츠 즐김'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다.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과도 비슷한데 '골때녀'가 다루는 종목은 축구라는 대중적 종목이다. 반면 사격이라는 종목은 대중적이지 않다. 사격, 특히 IPSC를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
“사실 남성분들은 군대를 다녀오면서 총을 쏴보기도 하고 어렸을 적 '총잡이' 등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민경 누나가 무얼 했을 때 가장 인기가 있는지 분석해봤는데, '남자들의 종목'에서 월등한 실력을 발휘했을 때 큰 관심을 받더라. 그런 관점에서 사격은 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아이템이었다.
사격, 특히 IPSC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총을 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앞면에서 촬영을 못 하는 점이었다. 또한, 국내법상 실탄 훈련에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비비탄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김민경 씨가 국가대표로 IPSC에서 여성부문 19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들이 나왔었다. 그러나 대회가 모두 끝난 이후 최종 성적은 52명 중 51명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19위라고 나왔던 기록과 최종 성적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
“민경 누나가 직접 설명한 적도 있지만, 19위는 중간 집계 결과였다. 경기가 1부와 2부로 나뉘어있는데 중간 집계가 기사로 나갔다. 초반에는 순위가 높은 편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차이가 났다.
-이번 성적에 대한 평가를 해본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40대 여성 코미디언이, 흔히 전장에서 쓰이는 실탄을 틀고 시합에 나가서 실총을 쏘면서 하는 시합을 하고 왔다. 이론적으로는 꼴찌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다. 사실 실격을 당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격 당하지 않고 모든 스테이지를 끝까지 돌았다는 것을 '됐다'고 생각한다. 목표한 바는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잘 나온 성적은 아니지만, 성적도 나왔다. 민경누나가 정말 노력했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실격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가.
“실격을 당하는 요건이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총을 쏘면서 이동할 때, 문을 열 때 문을 여는 손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데 이 방향이 틀리거나 손이 엇갈리면 실격이다. 총구의 방향도 정해진 대로 두지 않으면 실격이다. 아무래도 총을 쏘는 스포츠이다 보니 세세한 요건이 굉장히 많았다.”
-김민경씨가 얼마나 준비했다고 봐야 하나.
“연습장이 하남과 횡성에 있다. 특히 실탄을 실제로 쏠 수 있는 곳은 횡성에 있다 보니 연습을 하러 가기도 어려운 조건이었다. 민경 누나는 바쁜 일정 가운데 일주일에 3번을 하남에, 횡성에도 한 달에 한 두 번 방문하면서 연습했다. 거의 모든 휴일을 반납하면서 연습에 매진했다.
민경 누나도 엄청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 거의 사생활이 없다시피 연습했다. '운동뚱'의 포맷 자체가 '시켜서 억지로 한다'는 것이긴 하지만, 항상 어느 순간 진심으로 열심히 한다. 시청자들이 처음에는 민경 누나에 대해 '운동을 못할 것이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깨지고, 재능까지 보여주다 보니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하시는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 '나도 해볼까' 메시지 전달하고파”
-'맛있는 녀석들'도 그랬지만 '운동뚱' 역시 3년 이상 지속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었나.
“다른 방송사에서 만드는 유튜브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인데, 유튜브 콘텐츠는 인기를 끌더라도 어느 순간 꺾이고 정체되는 시기를 맞이한다. 사격 편을 진행하면서도 분명히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속할 수 있었고 결국 국가대표까지 되고 대회를 나가는 등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사실 유튜브가 아닌 방송이었으면 IPSC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어느 방송이 1년 뒤에 나가는 대회를 준비하게 놔둘까.
사실 이제 또 고민이 시작됐다. 올림픽을 나가는 게 아닌 이상 이제 국가대표 콘텐츠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채우기가 쉽진 않다. 다른 방식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고민이다.”
-'운동뚱' 자체가 '맛있는 녀석들'의 구독자인 '맛둥이'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요즘에도 댓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나.
“댓글은 다 본다. 댓글을 보면서 회의를 하는 것도 여전하다. 여전히 댓글에서 주는 아이디어 중 시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종종 민경 누나의 이야기를 영화처럼 긴 콘텐츠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다. 민경 누나에게 '불백 위도우'(영화 '블랙위도우'를 패러디)라든가 '기억을 잃은 국정원 요원' 같은 별명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아이디어 삼아 큰 기획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PD로서 콘텐츠를 만들 때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나.
“모든 콘텐츠에 메시지를 넣을 순 없을 것이다. 예능 PD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보시는 분들에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기분을 전달하고 싶다. 내가 기획하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래서 '운동뚱'을 보면서 어떤 것이든 시청자분들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같이 느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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