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마오쩌둥과 시진핑의 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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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는 어떤 얼룩도 없기 때문에 가장 새롭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 중국의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은 1958년 '대약진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중국의 가난과 낙후는 백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 같아서 혁명에는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국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에 중국 공산당은 3년 동안 고수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서둘러 풀고 있다.
대부분 중국인이 외면하던 신장 인권 문제가 백지 시위를 통해 공론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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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는 어떤 얼룩도 없기 때문에 가장 새롭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 중국의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은 1958년 ‘대약진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중국의 가난과 낙후는 백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 같아서 혁명에는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백지가 시진핑 독주 체제를 흔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극적이다. 전국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에 중국 공산당은 3년 동안 고수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서둘러 풀고 있다.
"저항이 효과가 있었다"
이번 백지 시위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공산당과 정부를 상대로 한 전국적이고 집단적이며 통일적인 저항 운동이었다. 중국에도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지만 대부분 토지 강제 수용이나 임금 체납과 같이 규모와 상대가 한정적이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저항이 효과가 있었다” “요구하니까 들어주더라”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표현이다.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집단행동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다.
이번 백지 시위를 중국이 변화하는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제대로 논의되지 않던 인권이 전면으로 부상했다는 측면에서다. 감염자의 2차 접촉자까지 격리시설에 무기한 가둬두는 조치는 체제에 순응해온 중국인도 참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연대와 여성이 시위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부분도 눈에 띈다. 백지 시위의 시발점은 지난달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였다. 봉쇄 장치가 진화를 막은 탓에 피해가 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장은 위구르족 인권 탄압 논란이 지속되는 지역이다. 상하이를 비롯한 20여 개 대도시에서 화재 사망자 추모 집회가 열렸다. ‘신장 해방’ 구호가 터져 나왔다. 연대는 세계로 확산했다. 대부분 중국인이 외면하던 신장 인권 문제가 백지 시위를 통해 공론화한 것이다.
시위 전면에 나선 여성
이번 시위 현장 사진에선 여성이 시위대의 절반을 차지하는 광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톈안먼 사태 당시와 크게 다른 부분이다.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마오쩌둥의 발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중국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정치 참여도가 낮은 나라다. 지난 10월 출범한 공산당 정치국원은 여성에게 한 자리를 주던 관행을 깨고 24명 모두 남성으로 구성했다. 중국의 정년 연령도 남성은 60세, 여성은 50세(사무직은 55세)로 차별이 존재한다. 여성인권보호법은 여성에게 가족의 가치를 존중하라는 의무를 부과해 논란을 빚었다.
여성은 제로 코로나 시기에 먼저 일자리를 잃으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느꼈다. 이번 시위에서 여성이 전면에 부상한 이유로 꼽힌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더 부각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관영매체와 극우 논객들은 백지 시위의 배후에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은 “가장 나쁜 외세는 마르크스”라고 응수하고 있다. 공산주의를 부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 것이다. 중국의 변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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