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지역에 기생하는 사이비언론에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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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81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지역언론을 향한 시선은 양극단으로 존재한다. 한쪽은 지역언론의 생존권 문제를, 다른 한쪽은 지역언론의 못된 짓을 바라보는 눈이다. 지역민에 소구력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생존을 도모하거나 사랑받는 매체로 거듭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여전히 지역에서 '유지'로 군림하며 사주 이익을 위해 온갖 갑질을 하는 사례가 있다. 최근 지역매체의 분투기가 주목을 받고 콘텐츠가 환영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시선이 호의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이런 노력을 갉아먹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듯한 행태이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깊고 오래됐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콘텐츠 하나만 믿고 어떻게든 지역민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은 빛이 난다.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자랑'이라는 코너를 통해 실험적인 콘텐츠를 내놓는 매체를 찾아 소개한 바 있다. 콘텐츠 문제는 역시 사람의 문제였다. 저널리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걸 재확인했다.
경남신문은 심부름센터를 만들어 지역소멸 속 지역민의 삶을 조명하려고 애를 썼다. 시간과 돈이 드는 투자로 보면 효율 대비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지역민의 생생한 삶을 기록하는데 의의를 뒀다. 한 어르신은 “무슨 기사 쓸 끼 있다꼬 이 먼데까지 왔는교?”라고 되물었지만 방문을 하면 할수록 진짜 이야기가 펼쳐졌다.
[관련기사 : 전국언론자랑 ①-지역 '소멸' 공간이 아닌 '생생한' 삶 기록 나선 기자들]
부산일보는 빨래방을 열었다. 빨래방을 찾은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기사화했다. 부산일보의 시도는 지역 공동체의 소통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호천마을은 이제 부산일보를 빼고는 말할 수 없는 동네가 됐다. 빨래방은 호천마을 주민협의회에 맡겨졌다. 지역매체의 노력이 지역사회 소통 모델로 자리잡은 것이다.
[관련기사 : 전국언론자랑 ③-부산일보 산복빨래방이 우리에게 남긴 것]
풀뿌리 매체는 지역 밀착 의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중앙언론이 고발에 촛점을 맞추거나 이슈 몰이에 한정돼 있다면 풀뿌리 매체는 이웃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심부름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32년 역사를 갖고 있는 태안신문은 2000건의 기사를 통해 삼성중공업 태안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조명했다. 태안신문이 아니었다면 기름유출 사고의 수많은 이면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괸련기사 : 전국언론자랑 ④-태안신문 기자들이 지역에서 '슈퍼맨'으로 통하는 까닭]
'탈서울' 정책은 요원하다. 이에 따라 지역매체의 여론형성 기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이런 시도는 '그럼에도 지역매체가 필요하다'라는 답으로 돌아온다. 혹자는 지역매체에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긴 한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여전히 지역민들은 지역신문과 방송에서 우리네 이야기를 다루길 원하고 알찬 정보를 얻기 원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뉴미디어로의 급변한 환경에 놓임과 동시에 공공재로서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까지 추락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분투기가 알려질수록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건 지역에서 유지 행세를 하며 저널리즘 가치를 갉아먹는 매체와 기자들이다. 전북지역에서 '선거 브로커로 뛰는 기자'가 나왔다. 어떻게 브로커와 기자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사이비기자들이 판을 친다면 그들을 퇴출시켜야 하는데 의혹이 드러나면 적당한 선에서 선을 긋는 온정주의가 만연하면서 철퇴가 이뤄지지 않는다.
[관련기사 : 선거브로커 혐의로 기소된 기자, 앞으로 남은 언론계 숙제는]
지역사회 위정자를 감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 정작 사주의 보도 개입을 막지 못하고 사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매체를 이용하는 질나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넓게 보면 건설자본 등 자본권력에 넘어가면서 사주의 방패막이 혹은 사주의 첨병이 되고 있는 언론계 현상의 일부다.
일례로 한 지역방송 사주는 건설사 회장인데 건설 입찰 조건이 자신의 건설회사에 맞지않는다며 항의하는 차원을 넘어 갑질을 하고, 보도를 활용해 비난한다. 말만 언론일 뿐이지 폭력을 일삼는 깡패와 같다. 중앙언론도 자유롭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최소한의 견제와 감시가 있고, 드러내놓고 횡포를 부렸을시 문제로 드러난다.
하지만 지역매체에서 벌어진 일은 주목을 받지 않을뿐더러 지역사회에서도 쉬쉬하는 경향이 짙다. 지역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 건 분명한데 '풀어놓은 개' 마냥 누구든지 물어 뜯을 수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해있다. 같은 지역매체도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비판 보도나 비평을 하지 않는다. 지역사회 공동체를 갉아먹고 있는데도 방치하면서 계속해서 왕으로 군림한다. 악순환은 '그거 봐라, 지역매체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냉소로 이어진다.
지역사회를 좀 먹는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언론유관단체든 지방자치단체든 사이비언론 및 기자에 대한 철퇴를 내걸고 행동에 나서야 된다. 긁어부스럼이 아니다. 지역 언론의 지위를 온전히 돌려놓지 않으면 그 칼날은 지역민을 향하게 되고 지역사회 전체를 불신하는 결과를 낳는다.
좋은 지역 언론을 위한 선별작업 차원에서도 사이비언론을 뿌리뽑아야 한다. 지역언론의 위기에 대한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적어도 위기를 자초한 못된 짓을 하는 지역매체에 대한 엄한 심판이 없다면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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