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포쉬마크 조기인수 검토…'두 마리 토끼' 잡을까
당초 발표보다 3개월 앞당겨 내년 1월 초 인수 완료 검토
"포쉬마크 인수로 글로벌 시장서 '커뮤니티 커머스' 정립"
[더팩트|최문정 기자] 네이버가 북미 최대 개인 간 거래(C2C) 패션 커뮤니티 '포쉬마크'를 조기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사는 내년 4월까지 포쉬마크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석 달 가량 앞당긴 것이다. 네이버는 조기인수를 통해 시장의 자금 유동성 관련 우려를 씻는 한편, 본격적인 북미 사업 전진 기지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0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내년 1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포쉬마크 주식 취득 등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포쉬마크 인수대금은 총 16억 달러(2조 872억 원)이다. 네이버가 포쉬마크 인수를 공식 발표한 지난 10월 4일 당시 예상금액(2조3000억 원)에 비해 인수가가 소폭 감소했다. 두 달 새 원달러 환율이 120원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포쉬마크는 중고 패션 물품 거래에 인스타그램 등과 유사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옷차림 등을 사진으로 찍어 자유롭게 게시하고, 서로 팔로우하거나 댓글과 '좋아요' 등의 반응을 남길 수 있다. 모든 이용자는 판매자이면서 구매자이고, 많은 팔로워를 획득하면 '인플루언서'가 돼 영향력이 커진다. 타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단순한 팔로워 확보에 그친다면, 포쉬마크의 인플루언서는 그 자체로 새로운 브랜드가 된다.
포쉬마크는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캐나다·인도·호주 등의 국가에 진출해 8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18억 달러(2조3490억 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인수 발표 당시 "포쉬마크는 사용자 중 80%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인 글로벌 패션 C2C 1위 사업자이며, 커머스, 커뮤니티, 소셜 기능이 결합된 독보적인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네이버의 청사진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네이버의 현재 커머스 관련 사업과 포쉬마크의 사업 간의 직접적인 시너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무엇보다도 포쉬마크의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전년(65.5달러) 대비 5달러 가량 줄어든 60.5 달러로 하향세를 그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포쉬마크의 영업손실은 53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00억 원 늘었다. 이에 네이버가 '적자 회사'를 2조 원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포쉬마크 인수 직전인 지난 9월 30일 네이버 주가는 19만3500원을 기록했지만, 발표 당일인 10월 4일에는 17만6500원으로 떨어졌다. 10월 11일에는 15만8000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당시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국내에서 외형성장의 한계가 존재하기에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지만 네이버가 현재 해외에서 사업 중인 일본과 동남아 커머스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의 인수는 단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기 어렵다"며 "환율과 커머스의 성장둔화를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 인수가격이 적절했는지는 추후에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포쉬마크 조기 인수를 통해 인수 발표 직후 있었던 시장의 우려를 정면돌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와 △콘텐츠 △커뮤니티 △권한부여와 강화(임파워먼트)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가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생산한 콘텐츠로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나, '베스트도전' 등의 자유로운 창작 창구를 통해 웹툰 등의 콘텐츠 사업을 육성한 경험을 포쉬마크에도 적용해 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한국, 일본, 유럽을 잇는 글로벌 C2C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직접적인 사업 거점, 전초기지를 마련해 최신 IT 기술과 서비스 트렌드,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 만이 구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 형식을 정립해 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글로벌 최고의 패션 특화 C2C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더욱 새롭고 재미있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팀 네이버'의 글로벌 인지도와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계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는 다음 달 초 인수 절차를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언론사 현지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포쉬마크 인수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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