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나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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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연말 기획 중 하나인 ‘2022 올해의 저자’ 지면을 준비하면서
저자들에게 ‘나는 왜 쓰는가’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쓰는가’는 조지 오웰의 유명한 산문 제목이죠.
오웰은 이 글에서 생계를 제외한 글쓰기의 네 가지 동기를
순전한 자기만족, 미학적 열정, (모든 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라 말합니다.
오웰은 “나는 어떤 동기가 가장 강한지 단언할 수 없지만 어느 동기를 따라야 하는지는 안다”면서
정치적 목적에 방점을 찍습니다.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추진하고,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욕구. 그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진정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상관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정치적 태도이다.
오웰은 또 이렇게도 말하지요.
내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정치적’ 목적이 없을 때는 생명력 없는 글을 썼고 화려한 문단, 의미없는 문장, 장식적인 형용사에 현혹되어 전체적으로 실없는 글이 되었다.
‘정치적’이라는 것은 크든 작든, 결국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열망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올해의 저자들이 ‘올 한 해 나를 쓰게 한 동력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보내온 답을 읽으면서
오웰의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빈곤의 메커니즘과 지방청년의 슬픔을 이해하고,
특정 지역·성별·계층 불평등을 타파하고자 하는 절박한 글쓰기.
이런 ‘정치적 목적’이 저자들의 글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생각합니다.
판타지를 발굴해 과거와 현재를 잇고자 하는 욕망,
이미지와 시각적 서사로 놀이의 힘을 역설하는 일도
또 다른 정치적 태도라 할 수 있겠죠.
종이와 잉크로 된 것만이 책은 아니지요.
누구나 삶이라는 책을 꾸준히 써 나갑니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해 어떤 힘에 기대 쓰셨습니까?
올 한 해 여러분을 쓰도록 추동한 힘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무엇인가요?
오웰은 말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고통스럽고 기나긴 병치레와 같아서 끔찍하고 기진맥진한 싸움이다. 저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악마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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