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6] 느슨한 관계가 때론 끈끈함보다 강하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도움받을 이를 고민한다면 끈끈한 관계인 절친 또는 가족이 아마도 먼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오랜 시간 얽힌 강한 관계(strong tie)가 새로운 직장이나 자리로 이동하는 데 힘으로 작용하고 이 관계의 힘이 부적절한 때 발생하는 문제 사례도 보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 주장도 있다. 건너 건너서 알게 된 약한 관계(weak tie)가 강한 관계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직을 넘어 최신 정보 습득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는 데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설득력이 있다. 아무래도 끈끈한 관계는 유사한 영역에 함께 존재하기가 쉽다. 예를 들면 의사는 의사인 친구를 자주 만나기 쉽다. 전문 지식에 기반한 깊은 소통엔 장점이지만 대전환 시기에 다른 영역 정보 습득에는 제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체성 고민을 하는 직장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다니는 기업이 정체성에 관하여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인 것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전통적 제조업인 자동차 회사를 가보면 ‘엔진’이 주축인 회사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 같은 느낌이 든다. 반대로 플랫폼 기업에 가보면 여기가 로봇을 만드는 전자 회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대전환기다.
최근 느슨한 관계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유리하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연구가 저명 학술지에 보고되었다.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였는데 강한 관계보다 느슨한 관계에서, 정확히는 적당히 느슨한 관계(서로 다른 영역에 있지만 살짝 관심과 친밀감 정도를 가진 사이)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첨단 소프트웨어 도입, 인공지능 통합, 로봇화 등 진화 속도가 빠른 영역에서 느슨한 관계가 더 효과적이었다.
내 인맥에 적당히 느슨한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떠 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물리적 공간에서는 애매한 정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누구를 직접 통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기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 인맥 플랫폼에서는 ‘당신이 알면 좋을 것 같은 사람’ 같은 알고리즘이 소개해주는, 실제 인맥을 통하지 않는, 다양하고 가벼운 관계 형성이 물리적 공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고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원격 근무 방식이 확장되고 다양한 디지털 소통 플랫폼이 공존하며 메타버스가 키워드인 시기이기에 디지털 만남이 증가하고 있다. 끈끈한 관계를 좋아한다. 하지만 동시에 세대와 영역을 초월해 새로운 친구 만나기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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