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장비’가 왜 거기에?…개집·지하철·이동차량 ‘기상천외 은닉’

정해주 2022. 12. 1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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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할 정도로 피싱 범죄가 근절되지를 않고 있습니다.

수법도 교묘해져서 더이상 '070' 같은 의심스런 번호는 잘 이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받기 쉬운 '010'으로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010 번호 자체도 가짜인 경우가 많고 거기에는 별도의 조작 장치가 동원되는데, 이걸 찾아내는 게 최근 '피싱 수사'의 핵심으로 부상했을 정도입니다.

정해주 기자가 단속 현장을 동행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에 수사팀이 들이닥칩니다.

["경찰에서 왔으니깐요. 문 좀 열고 얘기할게요."]

침대에서 발견된 전화기 19대, 경찰이 찾고자 했던 목표물입니다.

["이거 말고 또 다른 거 어딨어요, 유심칩이랑. (그거는...)"]

이들 전화기에는 '070' 등의 발신 번호를 '010' 으로 바꿔주는 기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전화기 한 대 한 대가 위조 장비 역할을 하는 거고, 경찰은 이걸 '변작 중계기'라고 부릅니다.

["지금 이게 작동 중에 있어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할 거예요."]

주로 해외에 있는 피싱범들이 인터넷 전화 등으로 문자를 발신했을 때 거기 1:1로 연동된 '중계기'를 거치면서 해당 전화기 유심 번호로 발신 표시가 되는 겁니다.

국내 조직원들은 이런 걸 곳곳에 숨겨놓고 유심 칩을 수시로 바꿔가며 24시간 가동시킵니다.

[문○○/보이스피싱 신고자 : "(보이스피싱 전화가) 진짜인 줄 알고 제 통장 번호나 이런 것부터 막 넘기려고 하기 직전이긴 했거든요. (070으로) 뜬다면 '확실히 이건 좀 이상한 거구나' 전화받기부터 안 하겠죠."]

전화기에 빼곡한 통화 목록.

연락해 봤더니 역시나 '피싱'을 시도한 기록이었습니다.

[경찰 : "(대출 상담 통화했는데.) 이거 보이스피싱이니까요. 좀 전에 대출 상담했던 거 다 보이스피싱이에요."]

경찰은 '변작 중계기', 즉 발신 번호 조작 장치가 요즘 피싱의 '핵심'이라고 보고 이걸 찾아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종민/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장 : "중계기는 국내 전화인 '010' 전화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처음 시작점입니다, 보이스피싱의. 그래서 처음 시작점을 단속·단절시킴으로써 피해 예방을..."]

단속에 맞춰 피싱범들은 피싱범들대로 은닉 수법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하철 물품 보관소.

압수한 전화기에 자녀를 사칭하는 등의 피싱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여행 가방에선 이른바 '심박스', 전화기형 중계기보다 먼저 사용돼온 번호조작 장비가 발견됐습니다.

["아이고, 몇 대예요, 이거 아저씨..."]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차량에 중계기를 실은 채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도 하고 인적 드문 '개집'에다 숨겨놓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재근/서울 영등포경찰서 전화사기전담팀 경위 : "배전함 같은 데다 설치한 기계에서 (피해자와) 직접 통화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진화하는 피싱에 맞춰 수사도 진화하면서 경찰은 온갖 곳에서 이 피싱 장비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박범호/서울 영등포경찰서 전화사기전담팀장 : "한 달에 세 번이나 네 번 정도 단속 나와요. (검거율은) 거의 90% 정도 됩니다."]

올해 2분기에 적발한 '변작 중계기' 만 9,000여 대에 이릅니다.

그 영향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발생한 보이스 피싱 피해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경찰이 피싱 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일 묘책으로 이 장비 단속에 주력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하정현/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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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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