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대만·아일랜드 성공전략 배울 때다
국민소득 韓·日 추월·세계 2위 올라
복합경제위기 극복, 재도약하려면
한국도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되어야
실업률이 18.5%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배에 달해 이자로만 세수입의 3분의 1이 투입됐다. 1인당 GDP는 EU 평균의 64%에 불과했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도 노조들은 투쟁에만 몰두했다. ‘서유럽의 병자’로 조롱받던 아일랜드의 1987년 모습이다. 그러나 35년이 흐른 2022년 아일랜드는 1인당 GDP가 10만2217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2위의 부국이 됐다. 영국의 2배,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정보기술(IT) 강국 대만의 성공도 눈부시다. 올해 1인당 GDP가 3만5510달러로 한국(3만3590달러), 일본(3만4360달러)을 제치고 동아시아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한국을 19년 만에, 옛 식민지배국 일본을 사상 처음 추월하는 새 역사를 쓴 것이다.
대만도 법인세 최고 세율이 20%로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율 격차는 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TSMC가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서고, 중국을 탈출한 외국 기업이 대거 들어온 까닭이다. 아일랜드와 대만의 성공전략은 높은 법인세율과 강성 노조의 투쟁으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 중인 한국에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낮추자는 윤석열정부의 개정안은 속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고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세계적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바닥으로 향한 경주”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38개국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아시아 경쟁국인 홍콩 16.5%, 싱가포르 17%보다도 턱없이 높다. 법인세율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조치는 더는 지체해선 안 될 중대 과제다.
문재인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2018년부터 4년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58억8000만달러나 감소한 것은 외국 기업이 법인세율 인하를 투자환경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는 증거다. 공급망 재편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각국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 경쟁력을 생각하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이상 공격적으로 낮추고 즉시 시행해야 옳다. 유예기간을 둘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부안대로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내리면 60∼70%의 혜택이 소액주주에게 돌아간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103개 대기업을 위한 초부자 감세”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주 52시간제·고용 유연화,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노동개혁도 지체해선 안 될 국정과제다. 미래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늘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대만과 아일랜드 정치권은 국익 앞에서 하나가 됐다. 우리나라는 정파적 이익이 국익에 앞선다. 거대 야당은 세계 기업과 싸우러 가는 대기업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기 바쁘다. ‘노란 봉투법’ 같은 민주노총의 청부입법을 강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이제라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한국이 복합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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